[2차 긴급 좌담회] “북한 과거 핵 안 버릴 것” “한·미 훈련 중단, 체제 보장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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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반도평화만들기 긴급 좌담] 북·미 정상회담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는 14일 월드컬처오픈 코리아에서 좌담회를 열어 6·12 북·미 정상회담을 평가 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한용섭 국방대 교수, 권만학 경희대 교수,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 김병연 서울대 교수,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박영호 강원대 교수, 이하경 주필, 박명림 연세대 교수,
오영환 군사안보연구소 부소장·논설위원(사회). [강정현 기자]
6·12 북·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볼 것인가. 공동성명이 대북 체제보장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입장을 확인했지만, 비핵화 시한과 검증을 넣지 못해 논란이 적잖다.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이사장 홍석현)는 14일 긴급 좌담회를 열어 회담을 평가하고 제언을 했다. 좌담엔 권만학 경희대 교수, 김병연 서울대 교수, 박명림 연세대 교수, 박영호 강원대 교수,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한용섭 국방대 교수,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가나다 순)가 참석했다. 다음은 주요 발언.
실패 땐 군사적 옵션 명분 돼
권만학 경희대 교수
권만학 경희대 교수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이번 공동성명은 원칙적 합의다. 9·19 합의는 더 구체적이었지만 바로 좌초했다. 구체성·일정표·로드맵보다 진정성이나 전략적 결단이 더 중요하다. 이번에 비로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미국의 체제보장 제공이 교환될 가능성이 열렸다. 만약 잘 된다면, 주한미군과 한·미 동맹의 미래에 대한 심각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스타일은 처음엔 띄워주고 믿는다. 하지만 실패하면, 이번 합의를 대북 군사적 옵션의 명분으로 쓸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나 그에 가까운 것을 못 이루면 우리도 미국을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 북한에도 채찍을 들어야 한다. 이번 협상이 실패하면 우리도 심각하게 핵 보유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
제재로 CVID 끌어낼지 의문
김병연 서울대 교수
북한이 협상에 나온 것은 제재와 군사 압박이라는 두 요소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지금 군사 압박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현 수준의 제재만으로 CVID를 끌어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협상 과정이나 결과를 보면 어려울 것 같다. 현재 김정은에게 최선의 전략은 과거 핵은 보유하면서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 시도가 실패할 때에만 비로소 완전한 핵의 포기로 돌아설 것이다. 지금 미국이 정상회담에서 먼저 신뢰를 보냈지만, 그동안 북한 행태를 보면 현재와 미래의 핵은 모르겠지만 과거의 핵은 가지고 있으려 할 것 같다. 이 경우 일부 제재는 해제될 수도 있지만 일부는 명목상으로도 남아 있는 어정쩡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이 아마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가 아닌가 한다. 현실을 냉철하게 보고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핵이 본격 외교 수단으로
박명림 연세대 교수
이번 합의는 제네바 합의나 9·19 공동성명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북한 외교나 정치 국제 전략의 교환 수단으로 무게를 확보했다. 장기적으로는 지켜봐야겠지만 단기적으론 확실한 외교 수단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이중적인 전략도 읽어야 한다. 북한에 신뢰를 주고 정상국가 대우를 해주지만 이는 북한에 상당한 부담과 압박이다. 북한도 국가 원수의 국제사회에 대한 첫 번째 비핵화 약속인 만큼 상당한 자기 구속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가장 주목할 점은 역(逆) 독일 모델의 시작이다. 서독은 미국과의 동맹을 바탕으로 소련과 독일의 안보 문제를 논의했다.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북한이 미국과 함께 한반도 안보와 군사 핵심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한반도 안보 체제에 상당한 구조 변화가 예상된다.
먼저 대북 당근 제시로 전환
박영호 강원대 교수
트럼프가 북한에 먼저 당근을 주었다.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폐하는 시그널을 보여주었다. 미국은 틀림없이 더 큰 채찍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 비핵화 방식을 바꿨다고 본다. 그 연장 선 상에서 구체적 내용이 없다고 해서 실패라고 보기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본다. 트럼프가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언급한 것은 북한에 분명하게 체제 안전을 보장해준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1992년 북한 핵 사찰 문제가 대두했을 때 팀스피릿 훈련을 중단한 적이 있다.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더라도 북한이 비핵화로 가는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언제든 재개할 수 있다. 그런데 다시 하려면 한국이 트럼프가 원하는 만큼의 비용 분담을 해야 할 수도 있다. 트럼프는 한·미 군사훈련이나 전략자산 문제를 비용의 관점에서 일관되게 얘기해왔다.
정치적 상징성 유지 의문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
오랜 적대 관계의 두 나라 정상이 비교적 좋은 분위기에서 인간적인 관계를 어느 정도 설정했다. 그런 정치적 상징성이 일단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실질 내용이 워낙 적어 앞으로 그 상징성이 미국 내에서 유지될지 의문이다. 상당한 반발과 비판에 직면할 소지가 있다. 우리로선 비핵화로 가는 길에 새로운 형태의 난이도를 만났다. 과거는 비핵화 진전을 전제로 안전보장을 말했다. 이제는 거꾸로 새로운 북·미 관계나 신뢰 구축이 비핵화를 추동하는 것처럼 돼 있다. 트럼프의 사고방식이나 결정 양태가 매우 중요하다. 주한미군 문제는 당장 이슈가 아니지만, 잠재적으로 유사 경로로 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관점에 대한 대처가 각별히 필요하다. 1라운드 정상 외교의 교훈을 바탕으로 한·미 간 조율을 다층적으로 해야 한다.
국제사회 유기적 대응 절실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이번 합의는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의 초기 중 초기 단계다. 일부에서는 정상회담이 왜 종착역이 아니고 시발점이냐고 문제를 제기한다. 40년 전 중국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중국이 개혁·개방을 통해 정상국가로 나가는 전제조건은 전쟁이 없는 것이었다. 김정은에게는 체제보장과 경제개발 문제가 있다. 내부적인 설득 등 여러 과제와 도전도 있을 것이다. 이를 국제사회가 잘 파악해 유기적인 대응을 해야만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 가능하다고 본다. 국제정치도 결국 생물이 아닌가. 우리 정부로선 CVID라는 대원칙을 잊지 않아야 한다. 한반도에 중대한 현상 변경의 시그널이 오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실적이고 냉철하되, 창의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한·미 조율 아래 우리 역할을 극대화해야만 바람직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안보 틀 변화 대비 서둘러야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미국의 대북 접근법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기본적으로 적대 관계였다. 핵 문제는 불법적, 반규범적인 만큼 당연히 없애야 하는 것으로 봤다. 그런데 지금은 외교, 정치적 합의를 모색하고 있다. 이것이 큰 특징이다. 비핵화 순서도 선(先) 관계개선, 후(後) 비핵화라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비핵화 모델에 관한 것도 합의문에 전혀 없다. 지금까지 나타난 모델은 ‘김정은식’이다. 북한의 자발적 비핵화다. 북한에서 쓰는 주동식 비핵화 조치가 무엇이고, 어디까지 갈지 관심거리이자 논쟁거리다. 우리의 모든 외교, 군사적 대비태세는 남북, 미·북 적대관계를 기본으로 만들어져 있다. 회담의 목표인 적대관계 해소 과정에 들어갔을 때 그 틀이 완전히 바뀌는 상황이 오는 만큼 그에 대한 준비를 빨리해야 한다.
“핵무장 해야”인상 줄 수도
한용섭 국방대 교수
이번 회담은 전쟁, 대결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전환했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북한 외교의 승리다. 공동성명의 순서를 보면 북·미 관계 개선, 평화체제, 비핵화, 유해 송환이다. 앞으로 이 순서대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비핵화에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구두 약속으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북한의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가 있었지만, 구두 약속은 문서로 할 포괄적인 비핵화 검증 합의를 미루게 할 수 있다. 이번 합의는 국제 핵 비확산 체제에도 파장을 던졌다. 미국하고 정치 군사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핵 무장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새로운 국면 전환을 맞아 북한의 변화 유도를 위해 한·미 관계의 어떤 것을 재조정할지에 대한 종합적인 협의와 토론이 양국 간에 다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미국발 안보 위험 가능성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제일 놀라운 것은 트럼프의 변신이 아닌가 싶다. 대북 초강경론자에서 화해협력론자로 탈바꿈했다. 이것이 지속해서 가능하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그의 신념이나 전략이 아니라 선거 전략에 근거했을 가능성이 꽤 있다. 불안정성은 여기에 있다. 이번 합의는 간략하지만, 해법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기조와 동일한 것 같다. 3항의 비핵화 부분은 구체적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개론에 그친 점이 안타깝다. 새로운 차원의 안보 위기가 오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만큼 한·미 동맹을 생각하지 않고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 우리가 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외교·안보 전략을 마련하지 못하면 자칫 미국으로부터 안보 위험이 초래될 수도 있다.
한국과 방위비 거래 의도도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
회담은 절반의 성공이다. 실패라고 하기는 어렵다. 합의문 자체는 약하지만,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만큼 정치적 무게가 무겁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나 향후 변화에 대한 큰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주었다고 본다. 한·미 연합훈련 중지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것은 놀랍다. 트럼프 관점에서 봤을 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훈련 그 자체다. 돈이 많이 들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연합훈련 기간이나 규모의 축소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두 번째는 한국과 북한에 대한 메시지다. 북한과 협상하면서도 한국과 주고받을 것을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 방위 분담금 문제나 향후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북한에 대해선 합의 이행을 잘하면 체제 안정에 도움 줄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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