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연례 학술회의] 문 대통령, 내키지 않더라도 아베 만나 대화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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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평화만들기 재단 전문가들이 11일 연례 학술회의를 개최해 한·일 갈등의 해법을 모색했다.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학술회의는 ‘미ㆍ중 충돌과 한국의 선택’을 큰 주제로 한ㆍ일 갈등까지 함께 다뤘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미ㆍ중 패권 경쟁 시대에선 굳건한 한ㆍ미동맹의 토대 위에서 중국과의 우호 협력을 발전시켜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가 미ㆍ중 사이에서 한쪽만 선택하기엔 어렵다.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이번 학술회의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오찬사에서 “미ㆍ중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핵심 관련국으로, 양국 이익은 충돌하지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선 목표가 일치한다”며 “정부는 북ㆍ미ㆍ중 등 국제사회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모든 관련국이 건설적 역할을 하도록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재단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설사 내키지 않더라도 늦기 전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풀어야 한다”며 “정부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두 정상이 만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이를 위한 구체적 해법으로 “이번 사태의 핵심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된 선순환의 움직임을 내놓고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며 “사태 수습을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여야가 추천한 초당적 전문가 위원회를 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홍 이사장은 또 “일본도 심사숙고하길 바란다”며 “아베 총리까지 한국 기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것은 국제 규범에도 맞지 않고 지혜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국 사회가 다양한 대외적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내부 분열을 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문 의장은 백범 김구 선생이 남긴 “집안이 불화하면 망하고, 나라 안이 갈려서 싸우면 망한다”는 말을 인용해 “진보ㆍ보수를 막론하고 여야가 힘을 합쳐서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권만학 한반도포럼 운영위원장 겸 경희대 명예교수는 “미ㆍ중 충돌은 중국이 대표하는 국가주의와, 미국이 창출하고 유지해온 자유주의 질서의 충돌”이라며 “국가주의에서 자유주의로 이행해 번영하고 민주화를 이룬 한국 입장에서 선택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회의에선 권 위원장과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박태호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사회로 미·중 충돌과 한국의 외교·안보 및 대외경제 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이 이어졌다.
권만학 위원장이 사회를 본 제1회의에서 배영자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미ㆍ중 갈등의 핵심은 5G 등 첨단 기술력을 놓고 벌어지는 표준전쟁”이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미ㆍ중이 신기술을 토대로 21세기 세계 정치ㆍ경제 질서를 어떤 규범과 이념으로 끌어갈지에 대한 이념적인 도(道)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주재한 제2회의에서 김흥규 아주대학교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최근 방미해 현지 전문가들을 만난 경험을 공유하며 “미ㆍ중 갈등이 심상치 않다는 뜻으로 일각에선 ‘미ㆍ중이 이혼을 앞둔 부부 같다’는 말도 나오지만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우리는 결혼을 한 적도 없다’며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이어 박태호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사회를 맡은 제3회의에선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ㆍ중 갈등을 둘러싸고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정부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기업과 국민이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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