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춘대담] “남북 관계 개선을 비핵화 개선 앞에 놓는 것은 곤란”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1-03-0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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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이사장 홍석현)가 지난달 23일 개최한 신춘대담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핵 문제 개선보다 앞에 놓아선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반도 평화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를 주제로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시대에 펼쳐질 미·중 패권 경쟁을 진단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외교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 신정승 전 주중대사, 박영호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 전홍택 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가 유지혜 중앙일보 외교안보팀장의 사회로 참석했다. 다음은 주요 논의.
Q : 미·중 전략경쟁이 어떤 분야에서 어떤 형태로 발현될 것으로 예상하나.
A : 신각수 전 대사=바이든 행정부는 대중 압박을 이어가되 세련되고 결과지향적인 방향을 추구할 것이다. 특히 기술·과학 분야에서 가장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기술 분야는 미국이 세계적인 리더십을 유지하는데 핵심 요소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땐 4차 산업혁명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제다. 다만 무역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관세는 천천히 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A : 신정승 전 대사=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큰 특징인 민주주의와 인권 중시 기조가 미·중 간 가장 첨예한 대립 분야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1년 이내에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하겠다고 공언했고, 최근 홍콩 문제에 대해서도 강한 비난 메시지를 내놨다. 그러면서도 감염병 문제나 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선 중국과의 협력을 도모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과 갈등을 벌이면서도 협력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과제다.
Q : 미·중의 경쟁 속 한국의 ‘전략적 유연성’은 유효할까.
A : 박영호 연구위원=한국은 이웃 국가이면서 경제력도 막강한 중국과의 상호의존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한국이 전략적으로 미·중 사이에 우선순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자유주의적 질서와 민주주의, 인권 등의 가치를 중시하는 만큼 한·미동맹 및 미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강화해야 한다.
A : 신정승=한국의 원칙도 중요하지만 미국 역시 동맹국이 중국 등 상대국의 조치로 인해 과도하게 피해를 입지 않도록 방어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일례로 호주의 경우 코로나19의 기원과 관련해 중국을 비판해 공격을 받고 있는데 미국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Q :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일본의 수출규제, 지소미아, 위안부 판결까지 한·일 관계가 꼬일 대로 꼬였다. 신뢰 회복을 위한 첫 단추를 어떻게 끼워야 할까.
A : 신각수=위안부 문제는 2015년 위안부 합의를 기반으로 여기에 내용을 보태고 더해 일본과 협의에 나서야 한다. 합의 자체를 무시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면 끝없는 게임이 된다.
A : 전홍택 명예교수=일본 입장에선 지난 1월 위안부 판결에 따라 한국 정부가 일본 자산을 압류하거나 현금화한다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미국 역시 더 이상 한국의 편에 서서 한·일 관계의 중재자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엔 우리가 조금 더 능동적으로 나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단추를 끼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Q :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은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나.
A : 신정승=대북 정책을 포괄적으로 리뷰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과거 이란 핵협상에 깊이 관여한 사람들이다. 이란 핵협상과 유사한 형태로 북한 비핵화를 다자 협상의 틀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A : 박영호=북한은 심각한 경제난과 코로나19, 수해로 삼중고를 겪고 있어서 내부 단속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북한은 우선 내부적으로 경제 회복을 도모하면서도 바이든 행정부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주길 원할 것이다. 만약 아무런 제스처가 없다면 전술무기 개발 실험 등의 저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Q : 북한의 최근 모습은 대북제재로 인한 어려움은 안고 가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버틸 수 있을까.
A : 전홍택=8차 당대회 발표된 5년 계획을 보면 과거와 달리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다. 과거로 회귀하겠다는 의지라기 보단 지금의 제재 상황에선 버티는 것 외에 새로운 것을 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린 것 같다. 다만 1994~1999년에 걸친 고난의 행군 시절에도 북한은 붕괴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버텨냈다. 북한의 현 상황이 어려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내구성을 감안했을 때 버텨나가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고 본다.
Q :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믿고 남북관계 개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A : 신각수=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간 남북 관계에 올인했고 앞으로 남은 1년도 그럴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당장 남북 관계를 개선하거나 북한 비핵화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때 드러난 북한의 입장은 ‘핵 군축’을 하겠다는 것이지 비핵화 의지가 있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가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정도의 리스크가 되지 않는 한 절대 핵무기를 놓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A : 전홍택=북한 입장에서 핵무기는 생존의 문제다. 결국 북한 핵문제에 대해 중도적 입장에서 접근한다면 비핵화를 위해 남북 관계 개선을 섣불리 화두로 낭비해서는 안 된다. 남북관계 개선을 핵 문제 개선보다 앞에 놓고 가거나, 남북 관계 개선을 추동력 삼아 비핵화 협상을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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