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럼] 한·미회담서 북핵 대응 성과, 중·러 리스크 관리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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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만들기(이사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산하 조직인 한반도포럼은 지난 2일 ‘북한 핵무장 이후 3대 북핵 과제’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도출된 경제·외교·안보 성과를 주제로 5월 조찬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지난 30여년간의 비핵화 노력이 결과적으로 실패했단 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한국형 비핵화 모델’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및 한·미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선 대북 확장억제의 실효성이 강화됐지만, 지나치게 선명한 정책 기조로 중·러 리스크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포럼은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의 발제와 박명림 연세대 교수 사회로 진행됐다. 이하 참석자 발언 요약.
‘한반도형 비핵화 모델’ 모색해야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발제 요약=지난 30여년간 북한 비핵화 문제는 우리의 외교·안보 역량을 모조리 흡수하는 블랙홀과 같은 이슈였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비핵화를 달성하지 못했고, 북한은 현재 50개 내외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 물질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핵 무력 고도화 속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핵협의그룹(NCG)을 만들기로 한 것은 무척 진전된 성과다. 워싱턴선언에 나온 내용대로라면 한·미 양국은 향후 상당히 높은 수준의 핵 협력을 하게 된다.
한·미는 NCG에 담길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사전 협의와 기획·실행 등의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한다. 핵 자산을 활용한 북핵 대응 문제만을 별도로 다루는 위원회를 신설하는 것도 방법이다. 연합사령부가 있으니 연합사 안에 핵 협의 그룹이라는 상설 조직을 만들어서 핵 기획을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비핵화 외교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선 남북 및 주변 4국(미·일·중·러)의 교차승인을 통한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일·중은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정책이 있지만,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체제를 다루는 내용은 없다. 한반도 평화 구현은 우리가 해결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한반도형 비핵화 모델’이 필요한 이유다.
IRA·반도체법에 우리 목소리 내야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장억제 이외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법 등 경제통상 분야는 얻어낸 것 없이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다만 그런 협상은 물밑에서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 또 양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주도하는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를 신설키로 한 것도 핵심 성과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미 간 경제안보 분야의 흐름을 보면 IRA든 반도체법이든 미국이 전략적인 방향을 설정하면 한국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식이었다. 정부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과의 협의를 지속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등으로 나뉘어 대응이 파편화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와 민관 합동 반도체 포럼을 신설한 것은 통섭적인 논의 기제가 마련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한·미 정상회담 결과물에 국민의 관심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IRA나 반도체법에 대해 국민은 우리 기업이 받는 피해와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는데 결과물엔 “긴밀히 협의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최소한 윤석열 대통령이 문제의 진원지에 해당하는 의회에서 연설할 때만이라도 IRA나 반도체법에 대한 아쉬움과 우려를 꺼냈어야 한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에서 국민의 관심은 고도화한 북핵 위협 대응과 반도체·배터리 등 공급망 문제에 집중됐다. 북핵 억지 관련해선 확장억제 강화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결과물이 도출됐다. 다만 북핵 고도화 국면에서 이같은 결과물이 충분히 실효적인지는 의문이다. IRA나 반도체법에 대해선 우리가 조금 더 다양한 방식으로 요구사항을 전달해 성과를 이뤘어야 한다.
남·북 충돌 가능성 대비해야
▶백영철 한반도포럼 고문=한·미 정상회담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지만, 현 정부의 대외정책이 지나치게 한·미·일 협력에 치중하며 중국·러시아와의 외교가 소외되는 문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대북정책은 제재와 압박 일변도로 치달으며 대결 구도가 강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우발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너무 무방비하고 무감하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정부의 대외정책은 한·미→한·일→한·미·일 이후에 한·중 관계를 생각하는 단계적 접근 방식인 것처럼 보인다. 미·일과의 관계와 중국과의 관계는 투트랙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이를 단계별로 접근하는 것 자체에 중국은 거부감이 강하고, 한·중 정상회담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북한을 협상판에 유인할 힘 갖춰
▶박영호 전 강원대 교수=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을 억제할 압도적 힘을 갖추겠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의미가 있다. 지난 30여년간 우리가 압도적 힘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북한과의 대화에서 늘 밀려난 것은 아닌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최소한 한국이 북한을 협상판으로 끌고 오기 위한 힘을 갖췄다는 점을 지난 30년 사이에 처음으로 보여줬다.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한·미 정상회담의 정책적 성과는 분명했지만, 다른 한 편으론 정책이 지나치게 선명했고 정치는 부족했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반대편도 생각해야 한다.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조금 더 고려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확장억제뿐 아니라 대화의 길을 열어 놓는 정치적 고려가 필요했다.
▶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공개적으로 핵 개발 가능성을 시사한 적 있는데, 그런 차원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대화를 통한 비핵화가 어렵다는 전제하에 ‘공포의 균형’을 잡는 것이 목표였다고 본다. 다만 북핵 대응이란 목표 아래 지나치게 핵에만 과몰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박명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한국 발전을 이끈 외교안보와 수출통상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악화되는 시점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한국은 공급망 재편의 선두에 서 있는데, 미국이 공급망 재편을 주도하는 과정에 동맹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의 이면엔 중국과의 경쟁 이외에 동맹국과의 이니셔티브까지 재편하려는 것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도 중국과 디커플링 원하지 않아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한·미가 신뢰를 단단하게 한 것이 최대의 성과다. 핵 협의와 IRA·반도체법 등 통상 현안은 후속 실무 작업을 통해 내용을 채워가면 된다.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이념이 국익을 위한 냉철한 전략을 압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중·러를 세심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다. 미국이 현상관리 수준의 소극적인 ‘북핵 문제’ 차원을 넘어 근본적인 해결을 모색하는 ‘북한 문제’로 접근해야 거꾸로 ‘북핵 문제’가 풀린다. 이 점을 미국에 지속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확장억제를 중심으로 북한의 핵 체제에 대응할 수 있는 상당한 결과물을 얻어냈다. 다만 중국·러시아 등과의 전선을 지나치게 넓어지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미국조차 첨단기술 부문을 제외한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펼쳐 놓은 한랭전선을 어떻게 수습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북한이 최악의 경제상황 속에서 도발 강도를 높이는 것은 미국과 대화하자는 ‘러브콜’일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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