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럼] "中, 북∙러와 거리두려 해…한국에 유리하게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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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가 지난달 19일 정상회담에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대한 조약’을 맺고 사실상의 군사 동맹 수준으로 관계를 격상한 가운데 북·러와는 거리를 두는 중국을 한국 쪽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역할하면서 미국과 경쟁하려 한다는 점을 유리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이사장 홍석현)는 지난달 28일 ‘북·러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북·러 정상회담 이후 미 대선을 앞둔 현 시점이 국제질서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 향후 한국 외교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도전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중국·러시아·이란의 권위주의 진영과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주의 진영의 대결 결과는 한국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다행히 러시아는 한국과 등거리외교를 포기한 건 아닌 듯 보인다. 한국을 타깃으로 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계속 발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입장에선 북한보다 한국과 경제협력을 더 중시할 필요가 있다.
북·중·러가 한 덩어리로 간다는 시각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중국이 미국의 일극체제에 대항하는 다극체제를 수립하려면 한·일, 그리고 유럽을 자신들 쪽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다 보니 국제무대에서 책임 있는 행위자 역할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게 북·러와 근본적 차이다. 결국 중국은 북·러 밀착을 적정 수준까지는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 북·러로 인해 미국이 한반도 인근이나 서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 활동을 강화하는 상황은 차단할 것이라는 의미다.
역학 관계를 활용하는 게 외교의 기본이라면 한국으로선 중국에 대한 소통을 강화하는 등 중국과 북·러 간 간격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상황은 우려스럽다. 북한은 북·러 회담 이후 자신감에 차있을 것이다. 또 미 대선 후 북·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부분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은 북한 도발 가능성에 대해 대북 억제 의지를 강조하고 능력을 강조해야 한다. 한·미·일 3자 협력은 그래서 의미 있다. 또 단호한 대응을 하되 비례성의 원칙을 지켜야 하고, 위기관리를 위한 소통 채널을 확보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이혁 전 주베트남 대사=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득을 본 나라는 중국이라고 생각한다. 미·중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서방 세계를 공략하지 않을 수 없는데, 북·러라는 소위 ‘악의 축’ 일원에 가담하려 하지 않은 건 강점이 될 수 있다.
▶문흥호 한양대 교수=중국과 러시아 간 협력이 허술한 건 맞다고 본다. 중국은 러시아와 선을 그으면서 글로벌 이미지를 관리하려고 한다. 다만 북·러 밀착에 대응해 중국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하지만, 대중 관계를 방치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자기희망적 사고일 수 있다.
▶이정남 고려대 교수=중국은 러시아가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특히 북·러가 긴장감을 형성하는 건 중국이 경계하는 신냉전 국면을 촉발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 관계를 관리하면서 경계에 나설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중국은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를 피하려고 한다. 중국이 북·중·러 3자 구도에 앞장서면 한·미·일 등 미국이 주도하는 소집단주의가 힘을 키워 대중 압박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과 본격적으로 북한 사안을 논의해야 한다.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북·러 조약은 일종의 보험 같다. 러시아가 벌이는 전쟁의 양상에 따라 러시아가 북한에 줘야 할 대가도 커져 북·러 밀착은 우려할 만하다. 한국은 중국을 움직이게 하려면 무엇을 보여주고 어떤 것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러시아 입장에서 전쟁이 끝나면 북한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양국 경제구조의 호환성이 크지 않아 경제 교류도 지난 40년간 실패해왔다. 중국과의 연대성 역시 잘 들여다보면 보이지 않는 충돌과 모순이 많다. 반면 러시아에 한국은 경제와 소프트파워 측면에서 중요한 파트너다. 결론적으로 러시아의 지향점은 등거리 외교가 될 수밖에 없다.
▶이석배 전 주러시아 대사=중국을 향한 지나친 기대는 위험할 수 있다. 또 우크라이나와 전쟁이 끝나면 한·러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도 회의적이다. 한·러 관계는 미·러 관계와 연동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대러 제재는 계속될 것이다. 러시아에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쉽게 낮아지지 않을 수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러시아에 북한은 전략적 가치가 꽤 크다. 전쟁 중에는 군수 물자를 받을 수 있고 전쟁 후에는 협상카드로 이용할 수 있다. 러시아가 북·중 관계가 소원해진 틈을 타 북한과 협력을 강화하면, 추후 동북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북·러 밀착 등에도 환율이나 주가에 큰 영향이 없다는 데 주목한다. 시장은 최근 변화를 오히려 안정성을 강화하는 성격으로 평가하는 건 아닐까. 한국의 반응이 불확실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필요는 없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각자 전략이 다른 북·러 간 밀착을 지나치게 크게 볼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일시적 제휴일 수 있다는 뜻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윤석열 정부 정책이 한·미 관계에 치중됐다는 지적도 있어 앞으로 균형 잡는 작업이 필요할 수 있다.
▶박홍규 고려대 교수=냉전과 신냉전은 전혀 다르다. 냉전에는 팽팽한 대립 구도가 존재했지만 지금은 빈공간이 많다. 한국이 자율성을 누릴 영역 역시 크다는 것이다. 이럴수록 단발마적 대응보다 신중히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박영호 전 강원대 교수=경제발전 5년 계획이 연이어 실패할 타이밍에 김정은으로선 푸틴이 일으킨 전쟁이 좋은 기회가 됐다. 김정은은 신냉전 구도로 상황을 타개하려 하지만, 중국은 생각이 다른 듯 하다. 한국의 대중·대러 외교 전략이 정교해야 할 때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사회)=북·러 밀착은 정부가 한·미·일 중심 기조를 선택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다. 정부 역시 대비를 하고 후속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본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북한은 한·미가 확장억제력을 강화하자 한·미 대 북·러 구도의 균형, ‘공포의 균형’을 꾀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보면 한반도 안정화에 꼭 부정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미·중·러가 충돌하는 큰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신범식 서울대 교수=러시아가 중국의 ‘주니어 파트너’가 됐다는 일각의 시각에 동의하기 어렵다. 러시아는 탈냉전기 때도 동북아에서 영향력 발휘 작업을 꾸준히 진행했고, 북·러 정상회담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는 북·러 협력을 통해 동북아에서 자신이 원하는 ‘강대국의 세력 균형’을 구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김형철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원장=러시아 외무장관이 이번 북·러 조약을 ‘방어용’이라고 한 게 눈길을 끌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 외교당국이 러시아에 6·25 전쟁 책임을 상기하는 건 어떨지 생각해봤다. 여기에는 러시아가 지원하는 제2의 6·25 전쟁을 방지하는 목적도 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미·중이 지배하는 국제질서가 큰 바퀴라면 한국이라는 작은 바퀴가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제질서가 바뀌고 있는 건 확실하다. 그래서 나온 게 현 정부의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 강화 움직임 같은 생존 전략이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미·중 경쟁에서 미국이 경제적 우위를 갖는 시대가 됐다. 미국 일극체제에서 한국이 남북 평화를 정착시키려면 미국과 협력을 바탕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북·러 관계, 중국의 역할을 봐도 한·미 관계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현재 남북은 서로 대화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남북 대화 채널은 마음만 먹으면 가동이 가능하지만, 지금은 만날 이유를 양쪽 모두 찾지 못하고 있다. 미 대선 이후 대화 분위기가 형성되면 남북 간 채널도 열릴 것이다.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러시아가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면 한국도 대응이 있어야 한다. 한 가지 방안으로 한국의 G7 가입을 꼽고자 한다. 일본과 더불어 국제적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나라가 되면 평화 공존 조건을 세계화하는 효과도 꾀할 수 있다고 본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북한이 핵무기를 가졌고, 북·러는 가까워졌고, 중국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소련 붕괴를 기다리듯 북한 붕괴를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전쟁 방지와 평화 공존 목표를 추구하고 통일은 일단 미룰 것인가. 큰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백영철 건국대 명예교수=북·러 정상회담 이후 심도 깊은 국제정세 분석이 필요하다. 이는 정치적으로 어느 정도 통합돼 있어야 가능하다. 한국은 여야가 서로 무조건 반대한다. 외교안보, 통일 문제에 대해선 초당적 여·야·정 협의체가 공동대응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우윤근 전 주러시아 대사=한국 외교는 10년을 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일관성이 없었다. 외교 정책이 여야를 막론하고 정권에 따라 쉽게 바뀌었다. 최소한 남북관계와 4강외교만큼은 10년, 20년은 함께 하자는 식의 정치적 합의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한국의 생존 아젠다를 만들려면 초당적 합의가 필수다. ‘북한’을 잊고 ‘북핵’에 집착하는 기존 강대국 논리로는 한반도 문제 해결이 어렵다.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최적의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중앙홀딩스 회장)=앞으로 미 대선 등을 거치면서 한국의 핵무장이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조야에서도 비공식적인 논의가 상당 부문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에게는 현실적인 도전 과제이기 때문에 전술적·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해 미리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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