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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비전포럼] 미래를 여는 지도자 결단으로 한·일 관계 교착 풀어야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0-05-28 09:44    2,624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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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일관계 연속 진단 〈17〉


박홍규 고려대 교수 발제문 요약

지난해 12월 18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대표 발의한 ‘기억·화해·미래 재단법안’, 이른바 문희상 안은 한·일 양국 지도자의 부담을 완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 정부가 그동안 강조해온 ‘대법원 판결 존중’ 원칙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 대위변제 방식을 택했다.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1+1+α)으로부터 자발적 기부금을 모아 재단을 세우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즉 채권을 인정해 일본 기업의 책임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법부 판단을 존중할 수 있다. 또 법안에 양국이 1998년 맺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내용을 명시했다. 기존의 사죄를 전제로 해서 일본 측 부담을 덜자는 취지다. 국회 입법을 통해 행정부 수반의 부담을 줄이는 것 역시 문희상 안의 기본적인 특징이다.

일본 쪽 반응은 긍정적이다. 주요 정치가들과 사전교감을 통해 이 정도면 수용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일본 언론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12월 국회의장실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물론 법안을 반대하는 의견도 상당하다.

문희상 안은 ‘가해자 사죄→피해자 용서→화해 성립’이란 기존 틀을 벗어나 피해자가 선도해 화해를 끌어낸다는 데 의미가 있다. 피해자들이 간절히 요구해온 배상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나아가 악화일로의 한·일 관계로 경제적 피해가 가중되고 양국 국민감정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나라를 빼앗기고 국민을 고통에 빠뜨렸던 역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높아진 한국의 국가 위상에 맞게 피해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공은 21대 국회로 넘어갔다. 180석 거대 여당이 야당과 협치를 이뤄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지도자의 결단만 있다면 여·야 공동 발의로 협치의 길을 열 수 있다.


완전히 작동을 멈춰버린 한·일 관계에 변화는 일어날 것인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로 시작된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현 정의기억연대) 사건이 국내는 물론 한·일 관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 할머니의 두 번째 기자회견이 있었던 25일 열린 ‘한일비전포럼’ 17차 모임에선 위안부 문제와 함께 양국 갈등의 뇌관인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의 해법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지난해 말 문희상 국회의장이 한·일 양국에 화두로 던진 이른바 ‘문희상 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이 법안의 구상에 관여했던 박홍규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동아시아화해협력센터장)는 “한국의 국격에 맞는 새로운 화해 프레임”이라며 “창의적인 모험”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현호 변호사(대한변협 인권위원장)=문희상 안에 대해선 ‘결국 시간만 끌 뿐 해결책이 아니다’는 등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정치적으로 해결돼도 민주화보상법처럼 유사 소송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정혜경 일제 강제동원 평화연구회 연구위원=문희상 안은 크게 두 가지다. ‘기억·화해·미래 재단’을 설립하는 재단법안과 기존 피해자 지원 특별법을 개정하는 개정법안이다. 39개 피해자 단체는 후자인 개정법안에 한해 적극 지지한다는 청원서를 냈다. (2007년 특별법에 따라 마련됐던) 정부 지원금을 주는 시스템이 막혔으니 다시 열라는 것이다. 애초부터 원고단 변호사들의 타깃은 일본 정부·기업이 아닌 한국 정부였다.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국 정부의 움직임에 따라서 이들의 대응 자체가 달라진다고 본다.

정부가 문제 조율에 적극 나서야

▶신각수 전 주일대사=이 안에는 양국 기업과 국민만 들어가 있고, 양국 정부가 빠져 있다. 입법만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한·일 간 외교 교섭을 통해 어느 정도 양해가 된 안을 입법해야지, 입법된 것을 양국 정부에 안겨서 굴러갈 것이라 생각하는 건 마차가 말을 거꾸로 놓은 것과 같은 꼴이다.

▶박홍규 고려대 교수=개정법안의 시행 주체는 한국 정부여서 정부가 뒤로 빠질 수가 없다. 문희상 안은 행정부 대신 입법부가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 뒤는 양국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문 의장이 지난해 11월 와세다대 강연에서 제안한 ‘문재인-아베 공동선언’이 그것이다. 그래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의미를 법안에 넣었다. 양국 지도자들의 정치적 선언, 그런 미래를 열겠다는 것을 어느 정도 전제한 법안이다.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개정법안의 골자가 2007년 지원을 속개하는 것이라면 의미가 크다. 정부 돈으로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문희상 안은 이상적이고 괜찮은 안이다. 하지만 정부와 조율이 안 돼 있다. 정부의 보증 없이 동력을 얻기 어려운데, 정부가 반대는 안 하지만 약간 거리를 둔다. 민주당도 다를 바 없다. 이 상태로는 안을 살리기가 어렵다. 아주 좋은 결론인데, 결론이 먼저 법안으로 나와버리고 경로가 없는 모양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21대 국회에서 그런 사전교섭을 하는 ‘웨이 스테이션(way station)’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앞서 한일비전포럼에서)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초당적 위원회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문희상 안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왜 ‘기부를 강제할 수 없다’는 조항이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법 조항만 보면 일본 기업들이 빠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이 형해화 된다. 그건 우리 정부가 받을 수 없다고 본다. 실제로 당·정·청 합의 도출이 어렵지 않았나.

▶박홍규=일본 측과 사전에 조율하면서 기부를 강제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문 의장이 봤을 때 한국의 카오스(chaos·혼돈)는 지난해 한·일 관계, 국민의식, 정치적 대립이었다. 어느 정도 제한은 있지만 돈 문제로 발생하는 카오스는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하나의 거대한 배를 띄우자는 것이다. 일단 배를 띄우면 많은 부분이 해결된다. 산불이 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꺼야 하지 않나. 이 안은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될 것이다. 다만 시점이나 준비과정과 관련해선 두 가지 변수가 있다.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사건, 그리고 대법원 판결 강제집행의 추이다.

▶신각수=범정부적으로 해도 될까 말까 한 문제다. 실제 행정에서 법무부, 여성가족부, 외교부 등 관련 부처의 조정 없이 해결이 어렵다. 그런데 청와대가 지시하지 않는 한 공무원들 자체가 나중에 적폐로 몰릴 것이 두려워 절대 개입을 안 할 것이다.

▶정혜경=우리는 지난해 7월 역사 문제를 정치가 어떻게 소비하는지 생생한 현장을 봤다. 역대를 돌이켜봐도 ‘죽창을 들자’는 방식은 최극단이었다.

▶최상용 전 주일대사=최근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 상승, 아베 정권의 지지율 하락이 문제 해결에 과연 플러스로 작용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결단을 내린다면 임팩트(효과)가 보수 정권보다 강하다. 화해 가능성이 더 크다. 미래를 위해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을 선택해야 할 때다.

▶김윤 한일경제협회장=일본 기업과 교류하면서 가진 느낌은 일본 기업은 지도자의 결단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희상 안이 성립되면) 일본 기업이 과연 돈을 낼지 염려스럽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가해자의 입장은 늘 잊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 일본 지도자의 입장에서 세 가지는 못 받아들일 것이다. 대법원 판결에서 식민지 지배 불법성을 인정하라는 것, 위자료 역시 청구권 협정으로 끝났다는 입장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또 일본 기업에 재산 피해가 발생하는데 외교적 행위를 행사하지 말라는 것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원론은 하나도 안 바뀐 셈이다. 우리만의 낙관론에 빠질까 걱정이 된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남북문제, 한·중 문제, 한·미 문제가 모두 한·일 관계와 엮여 있다. 강제징용 문제, 위안부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지 않나.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문희상 안을 기반으로 한·일 관계를 개선해야겠다는 아베 총리의 의지가 강하다는 점이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공은 우리에게 와 있다. 문 대통령의 결단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한일비전포럼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이고 전략적 해법을 찾기 위해 전직 외교관 및 경제계·학계·언론계의 전문가들이 결성한 포럼.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대표를,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위원장을 맡았다.


정리=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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