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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비전포럼 24] “한국이 이니셔티브 취하면 일본도 가만있을 수 없다”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1-10-12 10:57    94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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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지난 4일 일본의 100대 총리로 취임했다. 그는 지난 8일 취임 후 첫 국회 연설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이라면서도 양국 간 현안과 관련해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같은 날 열린 제24차 한일비전 포럼에선 ‘기시다 정권과 한·일 관계’를 주제로 전문가들이 의견과 전망을 공유했다. 참석자들은 “과거사 문제 등 한·일 간 현안에 있어서 문제 해결의 공은 한국에 있다”는 데 공감하면서 “한국이 보다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이되 일본의 새 정부 또한 호응하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원 일본연구센터장 발제 요약


현재 한·일 관계부터 진단해보자. 한·일 정상회담은 2019년 12월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 간 교류도 지난해부터 줄어 올해는 국장급 2건, 장관급 1건으로 저조한 실적이다.

다만 최근 한·일 국민 상호인식조사 결과(지난 8~9월 한국 동아시아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상은 전년 대비 반등했고 올해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한류를 소비하는 일본 젊은 층의 인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일본 내 혐한 현상도 2019년 정점에 달한 뒤 지난해부터 주춤했다. 혐한에 싫증이 난다는 일본 국민이 많아지고, 언론도 자정 노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지난달 29일 자민당 총재 선거를 중심으로 일본 정치 구도를 살펴보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가 퇴진을 선언한 이후 자민당 지지율이 올라갔다. 이에 당내에선 ‘선거에서 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잦아들고 파벌의 이익을 우선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국민적 인기에서 앞섰던 고노 다로(河野太郞) 전 행정개혁담당상 대신, 파벌들이 선택한 기시다 전 외무상에 의원 표가 몰린 이유다.

앞으로 기시다 정권의 지속 여부는 올해 중의원 선거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 달려 있다. 관건은 인사 문제, 코로나19 대응, 차별성 있는 정책 마련 여부다. 현재까지 기시다 내각 인사는 파벌의 기대에 부응한 논공행상 성격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부총리 파벌의 영향력이 전반적으로 짙은데, 향후 기시다 본인의 색깔을 내는 게 과제다.

기시다 내각은 ‘레이와(令和·현재 일본의 연호) 판 소득 배증 정책’을 내세워 신자유주의와 거리를 두고 적극 재정을 펼칠 계획이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내각에서 약 4년 7개월 동안 외무상을 지낸 경험을 토대로 당시 외교·안보 정책을 대체로 유지할 것이다. 다만 인권 등 분야에서 미국의 가치 외교를 적극 지지하고 중국에 대해선 보다 강경하게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일 관계는 낙관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한·일 정부는 현안 해결을 위해 정상회담을 적극 추진하고 한·미·일 협력에 대한 실천적 과제를 제시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신각수 전 주일본대사 =기시다 총리는 ‘3A’로 불리는 아베·아소·아마리의 지지를 기반으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했다. 당내에선 3A의 영향력이 남겠지만, 내각 구성에 있어선 기시다 총리의 의지가 상당히 반영됐다. 내각 구성원 20명 가운데 13명을 각료 경험이 없는 신인으로 채우는 등 독자적 색채를 내려고 했다. 기시다 총리가 최근 2~3년 들어 과감하게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치카이’(宏池會, 현 기시다파)의 슬로건이 인내와 관용인 만큼, 한국이 양국 현안과 관련해 해결 의지를 보이면 일본도 협조할 가능성이 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기시다 총리는 아베·아소·아마리의 영향력으로부터 나름의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베가 밀었던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대신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를 관방장관에 앉혔다. 당 쇄신 운동에 나섰던 후쿠다 다쓰오(福田達夫)를 총무회장으로 임명한 건 젊은 층 의견을 수렴할 여지를 뒀다는 뜻이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과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을 유임한 것은 외교·안보 정책은 아베의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약속인 셈이다. 반면 경제 분야에선 경제안보 담당상을 신설해 고바야시 다카유키(小林鷹之)를 임명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한·일 관계 개선 가능성이 있다면 잡을 것이다. 관건은 현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과연 움직일지다.

▶안호영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일본 정치야말로 ‘정치 공학’의 최고봉이라고 생각한다. 한·일 간 현안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국제 여론을 어떻게 우리 편으로 만드느냐다. 특히 합리적인 입장을 견지해 미국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일본은 강제징용 및 위안부 문제에 있어 ‘한국이 국제법과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는 프레임을 만들었는데 이를 극복해야 한다.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직후 한국 정부는 “역사 문제는 분리 접근해야 한다”며 반격했지만, 한 달여 만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하며 오히려 한국이 역사 문제와 양국 관계를 결부하는 실수를 했다. 


▶최상용 전 주일본 대사=일본의 정치 공학 수준이 높다는 데 동의한다. 주의할 부분은 ‘정치 공학’을 부정적으로만 인식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정치 공학은 생명 공학 등 다른 용어와 마찬가지로 가치 중립적인 학문 분야다. 한국에선 심지어 정치인들도 정치 공학을 나쁜 의미로 쓰는 경우가 잦아 안타깝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일수록 정치 공학 수준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아소 다로 전 부총리,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 등 원로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한·일 정상회담도 이런 원로들이 먼저 움직여줘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지난 20년 동안 파벌이 자민당 내 정치를 쥐락펴락한 것이 사실이다. 기시다 정권 출범에도 아베 전 총리가 이끄는 호소다파(細田派)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따라서 일본 정치권력을 분석할 땐 여전히 파벌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이념과 정책적 측면에서 파벌 간 차이는 상당 부분 사라졌다. 아베·스가·기시다 정권의 한반도 정책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따라서 양국 관계의 극적인 개선을 꾀한다면 한국 지도부의 결단이 중요하다. 역사 문제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풀어주는 게 실현 가능성도 높고 뒤탈도 없다고 본다.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강창일 주일대사가 최근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대위변제안’과 관련해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2019년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이 낸 성금으로 재단을 설립하는 안이 제시됐지만 20대 국회에서 폐기됐고 21대 국회에서 같은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관련한 진전 상황도 살펴볼 만하다.

▶신현호 변호사=(한·일 간 현안 관련) 법조계의 기본적인 분위기는 ‘법대로 하자’는 것이다. ‘법에 맞춰서 판단한다’는 입장으로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나 감각은 거의 없다고 봐야 맞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일제 피해자 인권 특별위원회에서도 ‘입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기존의 소송 절차는 법대로 진행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 많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모든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지도자 역할이 중요하다. 한·일 현안의 공이 우리 코트에 있는 건 틀림 없다. 한·일 간에는 중국의 부상과 미·중 관계 등 기존의 현안 외에도 큰 미래 비전을 갖고 다룰 사안이 많다. 한국이 이니셔티브를 취하면 일본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문제 해결을 미루고 사진 한장 찍기 위한 회담만 해선 안 된다. 한편 지난달 일본의 자민당 총재 선거와 관련해선 외신에선 실망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이변을 일으켜야 할 때(rock the boat)에 현상 유지(status quo)를 택했다는 지적이다. 국민과 교감을 통해 지도자를 뽑지 못하는 일본의 기존 정치 시스템으로는 미래를 개척할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한반도평화만들기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기 위해 2017년 11월 출범했다. 산하의 한일비전포럼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이고 전략적 해법을 찾고 있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대표를,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위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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