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비전포럼28] 군사력 키우는 일본…한·미·일 안보 분업구조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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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70년 넘게 방어적 목적의 방위정책을 추구했다. 적을 공격하는 ‘창’의 역할은 미국에 일임한 채 더 크고 단단한 방패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난해 12월 이 같은 방위정책의 대전환을 꾀하는 결정을 내렸다. 각의(閣議·국무회의)에서 안보 관련 3대 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국가방위전략·방위력정비계획)를 개정했는데, 미사일 발사 거점 등 적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 보유를 명기했다.
지난 6일 한일비전포럼에선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 12명이 모여 일본의 안보 문서 개정이 한반도 안보 질서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일본이 반격 능력 보유를 선언한 배경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등 주변국의 군사적 위협 증대 ▶미·중 경쟁 속 신냉전 가속화 ▶중국의 대만 무력통일 위협 등 엄중한 국제안보 환경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일본의 안보 문서 개정이 한반도 안보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한·일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 ‘안보문서’ 개정, 방위정책 전환
평화헌법 ‘전수방위’ 껍데기만 남아
한·일 협력 안되면 일 독자무장 강화
한국과 협의 없이 북한 반격 가능성
한반도 안보에 불이익 되지 않아야
기시다 총리는 최근 국회에서 3개 안보문서 개정을 ‘전후 안보정책의 대전환’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여론 조사상으로 반격능력 보유에 대한 지지 여론이 반대 여론을 상회하고 있다. 다만 방위비 증액과 관련 향후 5년간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까지 올리는 것에 대해선 반대 여론이 다수를 차지한다.
일본이 안보 전략이나 무기 체계 변화를 추구하는 건 북한과 중국의 군사적 동향을 위협으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중거리 투사와 타격 능력을 보유하게 되는데, 이는 기존의 ‘거부적 억제’ 개념이 ‘보복적 억제’ 전략으로 변화한다는 걸 의미한다. 또 요시다 독트린(안보 문제는 미국에 의존하며 군사 예산은 최소한의 비용만을 지출하고 경제 발전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는 정책)의 국가 전략 하에 표명됐던 비군사화 규범 중 ‘비핵 3원칙’을 제외한 상당수는 유명무실해졌다.
주변국의 반응을 보면 북한은 격렬히 반대하고 미국은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에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미국은 일본의 국방력 강화와 인도·태평양 전략과의 연계성을 찾으려는 듯하다. 국내에선 찬반이 갈리는데, 일각에선 자위대의 반격능력 보유를 통해 일본이 전쟁 가능한 국가가 되는 것은 한반도에 위협이 된다고 평가한다. 다른 한편에선 자위대 강화가 한국의 안보 능력 강화에 유용하고, 한·미 동맹 강화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같은 변화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우선 반격능력 보유에 따라 중국과 북한에 대한 일본의 미사일 공격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이 경우 일본은 한국과 사전 상의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즉 일본이 한국 동의 없이 북한에 대해 반격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반도 유사시를 가정해 시나리오별로 한·일 및 한·미·일이 어떻게 대응하고 협력할지 정책 협의를 해야 한다. 또 일본의 반격능력 보유가 한국 안보에 불이익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대일(對日) 정책과 외교·안보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일본, 북·중에 대한 미사일 반격 길 열어
▶신각수 전 주일대사=일본의 3대 안보 문서 개정은 그간 지켜온 평화헌법상의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위력을 행사한다) 원칙을 거의 형해화하는 의미를 갖는다. 이런 조치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중·러와 한·미·일 간 대립 구도는 더 강화되는 것은 물론,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역할이 어느 정도로 확대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가 대두했다. 2027년 예상되는 대만 사태에 한·미 또는 한·미·일 차원에서 어떤 형태로 개입 혹은 관여할지의 문제도 제기된다.
▶김두승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안보문서 개정과 관련 일본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대만해협에서 제기되는 중국의 위협과 공세적 군사활동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우려되는 부분은 미·일 양국이 이같이 남서 지역에 집중하게 됨으로써 (북핵 등) 한반도 안보 상황이 경시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유사시 일본이 북한을 공격하거나,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해 한·미 연합전력이 나서게 될 경우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차원에서 상황에 관여한다면 이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민석 중앙일보 논설위원=일본의 군사력은 한반도 유사시 유엔군과 주일 미군을 지원하는 핵심이다. 헌법상 북한은 대한민국 영토여서 일본이 북한에 대해 반격 능력을 행사할 때 이를 대한민국에 대한 공격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법적 문제가 있지만, 이와 별개로 일본의 반격능력 보유는 안보적으로 한국에 유리한 상황일 수 있다.
일본 내년 토마호크 1000발 도입 추진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21세기의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이 벌어지고 있고, 이 같은 국제적 ‘파워 시프트(힘의 변동)’ 속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장 큰 곳이 한반도다. 우리가 한·미·일 협력, 특히 한·일 간에 군사 협력을 주저하고 걱정해야 할 상황이 아니다. 유사시라도 일본군의 한반도 진입은 기우(杞憂)라고 본다.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일본의 변화는 우리의 안보 이해와 부합하는 면이 많다. 한국이 가질 수 있는 안보 통제 역량은 사실상 한·미·일 3자 메커니즘을 통한 조율이 유일하다. 그러나 한·일 관계가 좋지 않으면 한·미·일 3자를 통한 영향력 행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일본의 안보 문서 개정에 대해 중국 내에서는 ‘일본이 중국 위협론을 의도적으로 과장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중국 외교부는 일본의 반격능력 보유에 대해 “견결하게 반대한다”는 강한 톤의 메시지를 내놨다. 그러면서 중국은 싸우지만 판은 깨지 않는다는 투이불파(鬪而不破)로 대처하고 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국내에선 일본의 안보 문서 개정을 ‘일본의 군사 대국화’ 맥락에서 보며 우려하는 시각이 강하다. 다만 이 같은 인식은 전적으로 일본의 안보 문제를 한·일 양자 관계로만 묶어서 보는 틀이다. 이제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틀 내에서 3국의 분업 구조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북한 7차 핵실험하면 일본 추진력 더 받아
▶임은정 공주대 국제학부 교수=한·일 신뢰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사실 초계기 문제가 복병이다. 일본 내에선 초계기 문제를 엄중하고 심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강하다. 물론 우리도 일본에 대한 신뢰가 많이 깨져 있지만, 일본 역시 초계기 문제로 한국에 대한 신뢰가 금이 가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서둘러 다뤄야 한다.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놀라운 점은 일본의 방위정책 변화가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미·일 관계가 가깝고 깊을수록 일본 자위권의 공간이 더 커진다. 특히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단행한다면 그 추진력은 더 견고해질 것이다. 일본이 ‘비핵 자립형 군사대국’ 노선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도 고민이 필요하다.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일본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체결 이후 미국으로부터 줄곧 재무장 요구를 받았지만 거부하고 경제에 전념해 번영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미중 갈등과 대만위기, 북한 핵무장이 안보문서 개정의 트리거가 됐다. 이젠 한·미·일 협력체계 내 안보분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미국은 한·미·일 군사협력에서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고리를 완성하는 걸 가장 큰 관심사로 두고 있다.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가 미완의 상태여서 한·일 군사협력을 논의하는 게 부담스럽긴 하다. 하지만 한·일이 할 수 있는 건 해야 한다. 한·일 관계 개선을 서두르자.
◆한반도평화만들기=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기 위해 2017년 11월 출범했다. 산하의 한일비전포럼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이고 전략적 해법을 찾고 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위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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