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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비전포럼33] 라인 사태, 한·일 디지털 협정 계기로 삼자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4-05-27 10:56    50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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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양상으로 치닫던 일본 라인야후 사태가 소강상태로 접어든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지난 14일 “라인야후가 오는 7월 일본 총무성에 제출할 보고서에 네이버 지분 매각 관련 내용이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일본의 압박으로 인한 지분 매각은 없을 거란 뜻이다. 그러나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 관련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으로 언제든 갈등의 불씨가 살아날 수 있다.

지난 22일 열린 제33차 한일비전포럼에선 라인 사태를 주제로 각계 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지양하되 향후 유사한 사례가 재발할 경우에 대비해 현 상황을 복합적으로 분석하고 디지털 분야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창민 한국외대 교수 발제 요약 


라인 사태를 통해 말뿐인 한·일 안보 협력의 실체가 드러났다. 지난해 8월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안보 협력을 약속했는데 일본이 왠지 뒤통수를 치는 듯한 느낌도 든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반일 여론의 불쏘시개로 이용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양국이 디지털 영역에서 우방이 아니란 점이다. 일본은 디지털 무역 자유도가 높은 편이고 2019년부터 관련 ‘룰 세팅’(규범 설정)에 적극 나섰는데 공교롭게도 이 시점에 한·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한국이 일본의 디지털 우방국에서 제외된 이유다.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유독 여러 해석이 분분했던 이유는 밖에서는 블랙박스처럼 잘 보이지 않는 기업 내부 속사정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협력은 처음부터 한계가 명확했다. 라인 메신저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중복된 사업 영역이 충돌하고 있다.

만약 네이버가 진정으로 라인야후 지분 매각 의사가 있었는데 전 국민이 나서서 ‘네이버를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면 네이버로서는 지분을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상황이 된다. 만약 한국 정부가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네이버에 지분을 팔지 못하게 한다면 이 또한 압박에 해당한다.

일본에서 2022년 5월 제정된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할 여지가 크다. 일본은 디지털 무역의 룰 세팅을 끝내고 인공지능(AI) 패권국이 되기 위해 민관이 한 몸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여소야대라는 현실적 어려움을 딛고 경제 안보 관련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 일본을 포함한 우방국과 디지털 협정도 맺어야 한다. 또 디지털 패권 경쟁에 한국 기업이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관련 지원을 체계화해야 한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라인 일병 구하기’로 끝나선 안 된다. 


▶신각수 전 주일본 대사=‘데이터 주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플랫폼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외국 기업의 자본 관계 정리를 요구하는 건 간섭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한·일 관계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교 채널과 기업 레벨에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징조일 수 있다.

▶이상근 서강대 교수=국가가 개입하면 기업의 운신 폭이 좁아진다. 특히 한·일 간 이슈는 국민감정이 앞서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불필요한 개입은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라인의 일본 내 경쟁자 바이버(Viber)가 이번 사태로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석봉 대덕넷 대표=앞으로 한국의 다른 기업도 일본 내 사업에서 비슷한 고비를 맞을 수 있다. 과거에는 양국에서 ‘코리안 스쿨’, ‘재팬 스쿨’이 활약하며 갈등을 빚기 전 소통이 이뤄졌는데 이런 측면에서 부족했지 않나 싶다. 한국이 디지털 우방을 만들어가기 위한 구체적 전략이 있는지도 짚어봐야 한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핵심 산업에 있어서 경쟁력을 갖추는 게 바로 안보다. 라인 사태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기업이 먼저 해결하도록 유도하되 주가 폭락 등 연관된 문제는 정부도 함께 우려해야 한다. 한국의 전반적·국가적 비전과 전략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은 일본에 ‘불만’, 일본은 한국에 ‘불안’

▶서석숭 한일경제협회 부회장=그간 한·일 갈등 현안은 대부분 과거사 문제였는데 이번에 새로운 유형의 사태가 발발했다. 일본도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당혹감을 느끼며 개인 정보 유출 방지와 보안 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다만 정부가 지나치게 관여할 경우 ‘고마운 민폐’로 느껴질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한·일 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됐지만 여전히 한국은 일본에 대한 ‘불만’이, 일본은 한국에 대한 ‘불안’이 상존한다. 라인 사태는 경영권 문제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민감한 디지털 주권 문제다. 한·일이 디지털 우방으로 거듭나야 하며 경제안보 협력망 속에서 함께해야 한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라인 사태는 한·일 투자 협정에 위배되는 일본 정부의 과잉 개입이다. 대통령실을 비롯해 네이버 등 당사자 간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라인 사태 외에 제3자 변제 해법에 대한 일본의 호응 부족,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도 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시도 등 쌓여있는 갈등 현안을 국민이 감내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박홍규 고려대 교수=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통신이 마비되자 주요 소통 채널로 급부상한 라인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합작한 한·일 협력의 주요 사례다. 현 상태를 유지하면 좋겠지만 불가피하게 분리가 이뤄진다면 국민을 향한 충분한 설득이 필요하다. 한·일 관계가 갈림길에 선 상황에서 라인 사태가 국내 정쟁의 소재로 전락해 우려스럽다.

경제안보 관련 전환기 대전략 짜야

▶이혁 전 주베트남 대사=일본은 과거사와 관련해 한국을 향한 부채 의식이 없다. 모든 사안을 국가 간 룰에 의해 다뤄야 한다는 시각이다. 반면 한국 내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으로 양국 관계가 개선됐는데 왜 일본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느냐’는 불만이 상당하다. 이런 양국의 인식 차를 어떻게 메울지가 중요하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디지털 분야에서 경제안보 제도화와 관련해 한·일 간 싱크로율을 높여야 한다. 미국이 앞서가고 일본은 따라가는데 한국은 뒤처진 듯하다. 미·중 전략 경쟁이 상수화된 상황에서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 산업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일본은 정보화에 뒤졌지만 AI패권을 확보해 경제안보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고 방향을 제시했고, 한국은 정보화 강국이 됐다. 지금 한국은 치열한 내부 소통을 통해 전환적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과거사 굴레 벗고 협력 분야 넓혀야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거나 일본과 디지털 협정을 맺는 등 구체적인 액션을 시급히 취해야 한다. 일본이 미국에 밀착하는 상황에서 한·일 관계 개선 없이는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도 쉽지 않다.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먹고 사는 문제와 안보를 위해 한·일이 협력해야 한다.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지극히 정치적 판단이다. 이번 라인 사태의 배경에는 자국 이익에 대한 일본의 치밀한 계산이 반영돼 있다. 한·일이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디지털 분야의 새로운 협정을 맺는 등 관련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라인 사태는 굉장히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가적 관점에서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 당사자인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을 텐데 정부가 이와 관련한 소통을 충분히 하는지 의문이다. 일본이 한국 기업을 부당하게 다루는 상황을 묵과해선 안 되지만 기업의 입장과 문화적 측면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물밑에서 노력해야 한다.

◆한일비전포럼=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이고 전략적 해법을 찾기 위해 전직 외교관 및 경제계·학계·언론계의 전문가들이 결성한 포럼.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이 대표를, 신각수 전 주일대사가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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