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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비전포럼17] “누가 먼저 따지지 말고 우리부터 중국에 다가가야”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3-05-24 10:46    1,075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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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의 시대다. 지난 두 달 사이 한·일 정상회담이 세 차례나 열렸고 한·미·일 3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게 지난 1년간 세 번이나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 국빈 방문에 이어 지난주 G7 정상회의에 참석하자 한국이 “심리적으로 G8 반열에 올랐다”는 말도 나온다.

성과는 많았다. 그러나 북·중·러와는 멀어졌다. 보완이 필요하다. 한중비전포럼은 지난 22일 서울 HSBC 빌딩에서 ‘미·중 전략경쟁과 한국의 길’을 주제로 모임을 갖고 한국의 나아갈 방향을 살폈다.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발제)=미·중 경쟁은 네 가지 점에서 냉전 시기와 다르다. 첫째, 과거 경쟁의 핵심이 안보와 군사였다면 지금은 경제와 기술이다. 둘째, 소련의 전성기 경제력이 미국의 44%였던 데 비해 중국은 80%에 달한다. 셋째, 미 국내 정치 혼란으로 자유나 민주의 가치가 예전처럼 울림이 없다. 넷째, 미 동맹의 협조가 전폭적이지 않다.

배경엔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등 미국의 경쟁력 약화가 있다. 극심한 양극화로 중산층이 무너진 게 원인이다. 제조업 부활 등 국내 경제 재건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동맹국의 도움도 빌려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문제는 바이든 정부의 중산층을 위한 외교가 미국 경제 살리기 우선의 산업정책으로 과거 트럼프가 말한 미국 우선주의와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동맹엔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요구하면서 미국은 그저 디리스킹(위험 제거) 하겠다고 한다.

또 미국은 중국과의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하지만 대만을 이용하는 정치인을 통제 못 하고 있다. 그 결과 과거 쿠바 미사일 위기에 비견할 대만 반도체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 미·중 사이에서 실리를 챙기는 독일과 프랑스를 주목해야 한다. 또 단기와 중장기 등 시기별로 미·중 경쟁의 추이를 살피는 전략적 시야를 갖춰야 한다.

중국의 대만 침공 준비해야

▶신정승 동서대 석좌교수(전 주중대사, 사회)=한·미 정상회담과 G7 정상회의 이후 중국은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미지근했던 한·중 관계가 경색될 가능성마저 보인다. 최근 한·중 교류행사가 중국 측에 의해 연기되는 등 가까운 시일 내 양국 간 주요 인사의 방문도 기대하기 어렵다.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해선 다수 국민이 공감하나 일각에선 한국의 대미 경사가 너무 과도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미·중 관계의 가장 즉각적인 위협은 대만 문제다. 앞으로 5~6년 안에 중국이 혼란한 정세를 틈타 대만 장악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국은 대만 문제에 대한 여러 가상 시나리오를 만들어 조용히 내부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준비하고 안 하고 차이는 크다. 한·미 관계는 죽느냐 사느냐 문제이고, 한·중은 얼마나 잘 사느냐 문제다. 두 관계를 등가로 수평 비교해 균형을 찾는다는 건 비현실적 접근이다. 먼저 우리의 전반적인 전략적 방향을 설정한 다음 한·중 관계를 고민하는 게 순서다. 한·중 관계는 북한의 위협 등 우리가 처한 현실을 중국 지도자에 잘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대만 이슈는 서방을 중심으로 과장된 측면이 있다. 전문가의 70% 이상은 대만 전쟁 가능성을 낮게 본다. 과잉 공포 속에서 문제에 접근하면 정책의 선택지가 줄어든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대중 정책엔 두 가지 전제가 있었다. 한·미 동맹이 강화될수록 중국이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주목할 것이란 판단과 한·중 협력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것이란 가정이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너무 많이 변했다. 오히려 그 반대 상황을 상수로 두고 한·중 관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 앞서 대중 관계 회복해야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윤석열 정부의 외교 집중은 예상치 못한 행보다. 과거 한국이 미·일을 대할 때 약자 마인드가 있었는데 최근 정부의 메시지와 태도는 상당히 신선하다. 현재 미·일에 적극적인 것처럼 중국에도 우리가 먼저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미·중 사이 균형 잡기와 관련해 우리는 지금까지 실천하기 어려운 ‘거리의 균형’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이익의 균형’으로 중심을 바꿔야 한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중국은 현재 한국에 대해 가슴앓이하는 듯한 모습이다. 한국을 상대로 직접 보복을 하기보다는 견제와 교류를 통해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이어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양국 지도자급의 상호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중·일 관계 개선에 앞서 우리가 중국과의 관계를 먼저 회복할 필요가 있다.

▶이정남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교수=윤석열 정부가 지금까지 미·일 관계 중심의 전략을 취했다면 이젠 현재의 외교 틀 안에서 중·러를 어떻게 안을지 고민해야 한다. 한·중 관계 회복의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이유는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도록 할 매력적인 지렛대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산업에서 중국은 이미 한국을 따라잡았다. 한·중 관계는 서두르면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으니 한동안은 무미건조하게 현상 관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중·대러 외교 포기할 수 없어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과 중·러 진영의 대립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미 경사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한반도의 비핵화와 통일을 생각할 때 대중 및 대러 외교를 포기할 순 없다. 지난 1년간 대미와 대일 외교는 뚜렷했지만, 대중과 대러 외교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대미 외교과정 중 벌어진 일을 처리하기 위한 대응만 있었을 뿐이다. 현 국제정세 하에선 대미·대중·대러 외교가 하나의 그림판 속에 통합되고 조율되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한·미·일 관계를 최우선에 두고 중·러 관계를 설정하되 전략적으로 이익의 균형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과거의 이론이나 프레임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난주 G7 정상회의에선 새로운 국제경제협력체 창설이 제안됐다. 이젠 중국과의 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여기엔 독일과 프랑스의 압력이 있었다고 한다. 미국 혼자 좌우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냉철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전략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최근 대중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 3월엔 29%나 줄었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지금 이 상황을 지정학적인 이유와 섞어서 분석하면 한·중 간 경제문제를 잘못 이해할 수 있다. 중국과의 관계가 안 좋아서 수출이 주는 게 결코 아니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반도체와 배터리를 제외한 모든 산업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를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중 대결의 본질은 패권경쟁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한·중 관계에서 한국은 선비의 비판정신은 많은데 상인의 실리정신은 결핍돼 있다. 한국은 중국과 자원외교 및 시장외교를 해야 한다. 장비·시장·재료·소재 모두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중국의 시장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 3년간 중국은 이동제한으로 모든 생활이 온라인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중국 내 대리점 늘리는 것보다 중국 플랫폼에 올라타는 게 더 중요해졌다. 우리 1호 영업사원이 미국과 일본에 갔다면 2호와 3호 영업사원은 은밀히 중국과 협의해 실익을 챙겨야 한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미·중 대결의 본질은 결국 패권경쟁이다. 패러다임 경쟁도 이미 시작됐다고 여겨진다. 솟구치는 중국의 경제력을 부인할 순 없다. 중국을 견제하기엔 세계가 너무 연결됐다. 이제 와서 그 연결을 끊긴 어렵다. 정책은 경제원칙에 맞아야 하는데 지금 미국의 신산업정책은 자국 이기주의 성격이 강하다. 유럽과 일본이 따를지 의문이다. 우리도 어떻게 대처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대중 외교와 관련 이익의 균형과 메시지 관리, 남·북·중 대화 시도 등 모든 가능성을 열고 대비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어려운 국내 환경 속에서도 일본에 갔다. 우리 국익을 위해서라면 중국에도 먼저 갈 수 있다고 본다. 누가 우선 방문하는가를 따질 필요가 없겠다. 상인적인 현실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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