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비전포럼13] 당당한 자세로 국익 관리하며 한·중 관계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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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오는 5월 윤석열 새 정부가 출범하고 중국은 가을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3기가 시작된다. 정권 변화에 따라 정책 변화도 예상된다. 윤 대통령 당선인과 시 주석 간의 통화에서 양측의 미묘한 입장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한·중 관계가 순탄하지 만은 않을 것이란 점을 예고한다. 어떤 지혜가 필요하나. 한중비전포럼은 28일 제13차 모임을 갖고 차기 정부의 바람직한 대중 정책 방향을 살폈다.
합의 없기에 폐기할 대상도 없어
다음은 시진핑 주석 방한할 차례
대중 외교에 원로 그룹 활용해야
미국과 중국 모두 위협적인 요소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발제)=새 정부의 최대 도전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올 것으로 보인다. 크게 네 가지다. 첫 번째는 미·중 전략경쟁 속 선택의 문제다. 미국은 한·미동맹을 중국까지 겨냥한 포괄적 동맹으로 전환하려 한다.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두 번째는 한·중 경제가 과거 보완적에서 경쟁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핵심전략기술의 대중 유출을 억제한다. 반면 중국은 자기완결적 국내 시장과 기술 획득을 목표로 한다. 한국 입장에선 모두 위협적이다. 세 번째는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한·중 간 이견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네 번째는 양국이 가진 기억의 접점이 다르다는 점이다. 중국은 중화민족 재구성을 꾀하며 위계적 사고를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체성은 경제적인 성공에 대한 자부심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기반으로 한다. 새 정부는 먼저 국제 정세의 변화와 그 속에서 중국의 대외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살피고 다시 그 안에서 원칙을 갖고 사안별로 한국의 진로를 고민해야 한다. 인도태평양 전략과 쿼드엔 적극적으로 참여하되 중국과의 적대는 피해야 한다. 북핵 관련해선 중국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사드는 논쟁 이슈로 삼을 필요가 없다. 합의한 바 없으니 폐기할 대상도 없다. 한·중 정상회담 추진은 신중해야 한다. 다음은 중국 측이 방한할 차례다. 중국이 서해를 내해로 인식하고 있어 이어도를 둘러싼 해양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양국은 큰 국제 질서 속에서 어떻게 어려움을 피해 협력의 공간을 키울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협력해야 한다.
‘분석의 외교’ vs ‘의지의 외교’
▶신정승 전 주중대사(사회)=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상호존중과 당당한 외교를 강조한다. 앞으로 한·중 관계가 녹록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우리로선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도 한·중 관계 역시 소홀하게 취급되지 않도록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차기 정부의 대중 정책은 원칙을 세우되 사안별로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한국이 과거 대중 정책에서 실패한 이유는 ‘분석의 외교’ 대신 ‘의지의 외교’를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움직여서 중국이 변하는 게 아니다. 중국은 자기의 길을 가는 방식의 외교를 한다. 우리 새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 대신 ‘전략적 명료성’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데 전략적 명료성 강조는 한·미동맹 환원주의로 빠질 위험이 크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선택지가 제한되고 한·중 관계도 어려워진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우리 학계 일각에선 중국을 통해 세계를 보려는 경향이 있다. 중국의 가치관 소개를 학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그러기보다는 세계 속에서 중국을 봐야 할 것이다. 차기 정부는 대중 외교에 있어 외교안보와 국제경제 등에서 높은 학식과 경험을 갖춘 원로 그룹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중 관계는 안보와 외교, 경제와 무역이 혼합된 복합적인 사안으로 오랜 세월의 경륜에 인적 네트워크까지 갖춘 원로의 도움이 절실하다. ‘원로 자문위원회’ 구성을 생각할 수 있겠다.
한국 외교도 진화할 시점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차기 정부는 나름의 국정 철학과 사상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전과 목표가 보이고 원칙을 세울 수 있다. 또 원칙이 있어야 전략과 정책을 마련할 수 있는데 아직은 잘 안 보이는 것 같아 아쉽다. 우리가 중국을 움직이려면 한·미동맹만으론 부족하다. 그래서 이웃 나라와의 외교를 잘해야 한다. 모든 나라는 라이벌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중국을 움직이기 위해 러시아를 동원하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김재철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우리 새 정부에 두 가지를 주문하고 싶다. 하나는 중국이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대중 정책의 큰 그림을 그려놓고 그 방향으로 나아갈 때 그 전략이 가진 문제점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는 열린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전문가와의 소통은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과 같은 교조적인 정책이 나온다.
새 대통령, 반도체 직접 챙겨야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미 정부가 최근 우리 정부와 기업에 ‘칩4(Chip4) 동맹’을 제안했다고 한다. 글로벌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일본·대만과 손잡고 중국을 배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사업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반도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은 거대 소비시장으로 우리로선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려면 우리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를 대통령의 어젠다로 삼아 직접 챙길 필요가 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장=반도체 관련 한국이 정작 고민해야 할 부분은 중국의 반도체 자급자족 위험성이다. 또 한국의 대중 무역 의존도가 23% 정도로 너무 높다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수치는 2013년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보다 중요한 건 중국 시장에서 한국이 점유율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의 시장 점유율을 앗아가는 나라가 우리보다 더 중국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대만과 일본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정부가 할 수 있는 영역과 민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엄연히 구분돼 있다. 공식 외교채널이 껄끄러울수록 공공외교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중 유학생 인적 자산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중·일은 껄끄러운 외교 관계에도 불구하고 경제 관계는 비교적 매끄럽다. 민간 교류를 지속해서 확대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반중·혐중 정서 관리 필요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우리의 의식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 상황이 어려운데 이를 쉽게 풀려거나 쉬운 선택을 하려고 하면 일이 더 꼬인다. 어려운 상황을 견디며 중국에 대한 우리의 내공을 키워야 한다. 현재 우리의 대중 관계에선 정서와 의지가 너무 크게 작용한다. 정권 이익 차원에서 국내 반중 정서에 편승하지 말고 국익 차원에서 혐중 정서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임대근 한국외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우리의 대중 담론이 세 단계로 변했다. 첫 단계에선 ‘중국은 돈(China is Money)’, 두 번째 단계에선 ‘중국은 형제(China is Brother)’, 이젠 ‘중국은 적(China is Enemy)’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중 문화콘텐트 교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문화 교류를 정치에 이용당하지 않게 국가 단위가 아니라 지방 단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차기 정부는 우선 큰 그림을 정확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현재 국제 질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미·중 패권경쟁이고 그 경쟁의 키는 핵심기술에 대한 중국의 추격을 차단하려는 미국의 의지다. 기술이 중요한 건 군사패권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식을 토대로 제일 중요한 관계인 한·미동맹에 중점을 둬야 한다. 그러나 미국에만 체중을 실을 수도 없다. 이웃 나라 외교는 어느 나라에나 매우 중요하다. 중국이 우리가 가장 싫어하는 나라가 됐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당당한 자세로 국익을 관리하며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시켜 나가는 게 차기 정부의 당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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