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포커스] 미·중 기술패권 돌파할 비책은 혁신 스타트업 창업
본문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본격화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하면서 한국 경제에 위기감이 짙어졌다. 설상가상 미국에서 시작한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로 이어지면서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면서 무역수지 적자와 성장률 하락 등 곳곳에서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는 어디로 가는 걸까. 각 부처 장·차관과 중앙일보 국가개혁 프로젝트 리셋코리아의 위원들이 정책 현안을 논의하는 리셋코리아 포커스가 지난 7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초청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 시대 한국 경제의 갈 길을 물었다.
이 장관은 “연구·개발(R&D)에 기반한 딥테크(deep-tech) 혁신 스타트업 창업이야말로 지금 같은 위기 시대에 한 국가의 다음 먹거리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해법”이라며 “딥테크 스타트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도 있고, 대기업의 체질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교수 시절 개발한 3차원 반도체 설계 기술인 핀펫 특허로 유명하다. 인텔이 이 장관의 핀펫 특허기술을 썼고, 삼성전자는 이 장관과의 특허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거액의 합의금을 물어야 했다.
이번 리셋코리아 포커스 혁신창업분과 좌담회에는 분과장을 맡은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장을 비롯해 분과위원인 김선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 남민우 다산네트워크 회장, 문미성 경기도 경제과학원 본부장,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 배중면 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김경환=과기정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올해 R&D 투자의 방향에 대해 말해 달라.
▶이종호=지난 1월 ‘스케일업 투자전략’을 발표했다. R&D의 성과를 높이고 경제가 성장하려면 딥테크 기반의 창업과 스케일업(scale-up)이 중요하다. 대학이나 정부 출연 연구소에서 시작한 실험실 수준의 기술이 제대로 꽃을 피우려면 시작품에서부터 시제품·조달까지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 딥테크 유니콘 기업 창출을 위해 범부처 차원에서 5년간 국가전략기술 등 딥테크 분야에 1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배중면=왜 대학·출연연 창업인가. 창업보다 연구에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크다.
▶이종호=거부감을 이해한다. 좋은 논문을 쓰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국가의 위상과 과학기술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금껏 이쪽으로 너무 치우쳐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는 연구한 결과를 가지고 미래 먹거리를 만들 수 있는 쪽으로 가야 한다. R&D에 기반한 딥테크로 창업을 할 경우 경쟁자가 없고, 성공할 확률이 일반 창업보다 훨씬 더 높다.
▶남민우=연구자들은 대개 창업을 두려워한다. 연구 성과가 창업으로 이어지도록 독려하고, 규제도 풀어줘야 하는데.
▶이종호=교수나 연구자가 연구성과를 사업화하는 것을 도와주는 문화나 제도가 아직 미흡한 측면이 있다. 평가 시스템도 창업보다 논문·특허 등 실적 위주인 데다, 대학 출연연 내에 기술이전과 창업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조직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교수·학생·연구자들이 창업했다가 실패하더라도 불이익 없이 다시 학교·연구소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창업 관련 제도를 유연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과기정통부는 ‘연구성과확산촉진법’ 제정을 통해 연구자가 연구성과를 가지고 쉽게 창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고 한다.
‘한국형 아이코어 사업’ 성과 주목
▶문미성=기술 이전과 사업화 측면에서 연구개발 투자의 성과가 낮다는 비판이 여전히 많다. 과기정통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임무달성 중심의 연구개발성과평가’는 무엇인가.
▶이종호=임무 중심 R&D는 탄소 중립 등 국가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개발 중심의 R&D를 넘어서 명확한 기한이 있는 임무 목표를 설정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스템이다. 평가체계 역시 논문·특허 등 산출 지표를 활용해 기술 성과와 효율성 중심으로 등급을 매기던 기존 평가에서 벗어나 연구개발의 목표가 되는 임무의 진행 상황과 달성 가능성을 진단하는 방식이다.
▶박한오=혁신 창업이 전국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방의 혁신 창업 붐도 중요하다. 수도권 이남은 인재 구하기도 어렵고, 액셀러레이터와 같은 관련 생태계도 너무 부족하다.
▶이종호=안타까운 현실이다. 지방 소멸이라는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범부처 차원의 정책 역량을 결집하는 게 필요하다. 전국 19개 연구개발 특구를 통해 지역의 대학·연구소 중심의 창업 촉진과 기업성장을 지원하려고 하고 있다. 지역 스스로도 특화된 과학기술 중장기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김선우=과기정통부는 대학·대학원생들이 공공연구 성과를 활용해 창업해보는 ‘한국형 아이코어 사업’도 진행 중인데.
▶이종호=2015년부터 최근까지 총 580개 창업 탐색팀이 참여해 이 중 219개 창업 기업이 설립됐다. 누적 고용창출 1481명, 투자유치 3198억원의 성과를 냈다.
▶최준호=최근 대기업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종호=현재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 탈취를 하게 되면 3배를 물어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스타트업 입장에서 3배 수준의 징벌적 배상은 약하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측면으론 스타트업들도 이젠 민간 기술 이전 전담조직의 도움을 받는 등 기술에 대한 특허를 잘 이용해 애매하게 당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스타트업이 특허를 잘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스케일업(scale-up): 스타트업이 기술이나 제품·서비스·생산 등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을 의미.
·유니콘(unicorn): 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이고 창업한 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