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 노동의 종말과 AI 네이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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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경제통계에 의하면 대졸 실직자는 48만 명, 청년 실업자는 27만 명, 취업 포기 청년은 27만 명 정도라고 한다. 2024년 교육부 통계는 4년제 대학 졸업생 취업률이 62.8%에 불과하다고 한다. AI시대에 청년층이 맞는 직격탄이다.
미국 팔란티어는 고졸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SK도 학력 불문 AI 활용 능력 중심 심층면접으로 채용방식을 바꾸고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 등 IT기업은 프로그래머와 같은 IT 전문가를 대량 해고하고 있다. 학력과 전공으로 대우받던 20세기의 막이 내린다. AI가 사무직과 전문직의 일을, 피지컬 AI가 생산직의 일을 빠르게 대체하기 때문이다.
2017년 델 테크놀로지는 미래연구소의 보고서를 통해 2030년에 존재할 직업의 85%는 아직 발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25년 세계경제포럼은 2030년까지 전체 일자리의 22%가 재편되고 92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대신 1억7000만 개의 새 일자리가 생기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세기식 전문능력의 유효기간은 끝났다.
삼십여 년전 제러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에서 21세기에 노동의 의미와 가치는 획기적으로 바뀌게 될 것을 예언했다. 사실 회사에 노동을 제공하고 월급을 받는 삶은 인류 역사에서 극히 짧은 기간에 불과했다. 원래 인류는 자신과 가족을 위해 농사, 옷, 집을 모두 손수 짓는 노동을 했다. 20세기 대량생산체제가 되면서 인간은 생산과정의 부속품으로 회사에서 일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삶의 양식을 택하게 되었다. 노동은 자신의 삶과 관계없이 돈만 버는 수단이 되어 카를 마르크스는 이를 노동의 소외 현상이라고 불렀다. 일의 내용은 세분되고 전공지식 하나로 삼십년 일하고 퇴직하는 삶이 20세기의 전형이 되었다.
하지만 AI시대는 이런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객관화된 지식으로 단순 반복하는 작업은 AI가 훨씬 더 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피지컬 AI는 24시간 쉬지 않고 생산라인에서 일할 수 있다. 앞으로는 AI로부터 단순 정보를 얻어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시대를 넘어 AI 네이티브가 되어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한국어로 글을 쓰고 영어로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영어로 생각하고 말하고 글 쓰는 것을 영어 원어민 즉 네이티브라고 한다.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 우리는 원고지에 생각을 글로 적고 이를 컴퓨터에 옮겨 깨끗한 인쇄물을 얻었다. 하지만 이제는 종이에 글을 쓰기보다 직접 컴퓨터 자판기에 생각을 입력하면서 글을 쓰는 컴퓨터 네이티브가 되었다. 이제 일을 할 때 AI를 조금씩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AI로 생각하고 기획하고 모든 일을 AI로 하는 AI 네이티브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많은 대학 졸업생들은 자신의 전공을 넘어 AI 네이티브가 되는 교육을 새롭게 받아야 한다.
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 귀국할 800만 명 제대군인들이 실업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은 제대군인원호법(G.I. Bill)을 1944년에 제정했다. 당시 미국 산업의 40%는 군수산업이었고, 국방비가 GDP의 40%를 차지했다. 전쟁이 끝나면 군수산업은 사라지고 실업자 천국이 될 것은 뻔했다. G.I. Bill은 대학 및 직업교육 학비를 정부가 전액 지원하고 생활비 지급과 저리 주택담보대출, 실업수당까지 지원하는 청년지원책이다. 1956년 법 종료시까지 780만 명이 교육훈련을 받았고, 223만 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1947년에는 미국 대학생 49%가 G.I. Bill 수혜자였다. 1942년에 21만 명에 불과하던 대졸자는 1951년 45만 명으로 늘어났다. 연평균 GDP의 0.3%에 해당하는 재정부담이었지만 이후 늘어난 대졸자들의 경제활동으로 인해 연방소득세는 크게 증가했다. 이 정책은 1960년대 중산층 증가와 경제호황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어 20세기 최고의 공공투자로 불린다.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초과영업수익으로 발생한 법인세 증가분을 대졸자를 대학원에서 AI 네이티브로 재교육하는데 투자해야 한다. 2025년 우리나라 초중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로 연동되어 약 72조원인 반면 교육부의 고등교육 지원 예산은 16조 원에 불과하다. 초중고 정부지원은 OECD 평균의 140%에 달하지만 대학지원은 44%에 불과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초중고 평준화 교육 투자보다 차별화된 고등교육 투자만이 미래 초격차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 초중고 사교육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방만한 공교육 투자는 방치하고, 고등교육은 수익자 부담이라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으면 우리 미래는 어둡다. 청와대가 청년층의 미래를 위해 청년미래비서관제를 신설했는데 상징적 정치공약이 아니라면 실질적 청년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노동의 본질이 바뀌는 AI시대를 맞아 대졸자들이 AI 네이티브가 되도록 재교육하여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정부의 획기적 그랜드 디자인이 절실하다.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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