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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림 연세대 교수] 패러다임 대전환:통일에서 평화로(I)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18-07-18 14:47    4,791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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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에서 평화로의 대전환 시기
우리 내부 조사에도 통일보다는
평화를 원하는 비율이 압도적
민족주의·군사 대결 내려놓으면
남북이 독립국가·정상국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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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근대의 도래 이후 현대 한국은 네 번의 결정적 대전환의 계기를 맞았었다. 1876년 ‘민족적’ 계기, 1919년 ‘공화적’ 계기, 1948년 ‘민주적’ 계기, 1987년 ‘자유주의적’ 계기가 그것들이었다. 각 혁명적 계기의 앞뒤 분투와 함께 우리들은 각각 민족주의, 공화주의, 민주주의, 자유주의를 발양했다. 

오늘의 현실에서 꼭 추가하고 싶은 것은 ‘평화적’ 계기다. 나는 지금 평화적 계기의 도래를 가장 절실하게 소망하고 있다. 왜 평화적 계기인가? 어떻게 평화적 계기를 구축할 것인가? 

지금 우리 현실의 배면을 지배하는 근본 구조는 두 개의 군사대결 체제다. 하나는 정전 체제이고, 다른 하나는 북핵 체제다. 전자는 (적화)통일전쟁의 최대 유산이고, 후자는 (흡수)통일 반대의 최고 수단이다. 오늘날 북한은 헌법상 핵국가를 표명해 개인과 무기를 모두 헌법에 넣은 인류 초유의 예외국가가 되었다. 헌법상 (핵)무기 국가를 표명한 극적인 예외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의 표제를 ‘평화, 새로운 시작’으로 삼아 비핵·평화를 곧추세운 것은 전환의 출발이 되기에 충분했다. 적대·대결의 고조와 ‘통일대박’ ‘통일준비’가 병행하던 직전 정부를 고려하면, 광장의 공정·정의·연대가 경계를 넘는 대화·평화·공존으로 전변되었음을 알 수 있다. 즉 광장이 적대와 통일의 담론을 평화와 공존의 담론으로 전환시킨 요체였다. 내치가 외치를 바꾼 것이다. 안이 밖을 바꾼 것이다. 

북핵이 존재하는 한 통일은 불가능하다. 약소국가인 군사강국 북한의 핵폐기를 압박하는 국제사회가 선진 중대(中大)국가 통일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할 리 만무하다. 핵을 가진 북한이 통일에 응할 리도 없고, 핵폐기 없는 공산 북한과의 통일을 받아들일 대한민국도 아니다. 즉 북핵과 통일은 절대적 반(反)명제 관계에 놓인다. 

비핵평화가 먼저인 이유다. ‘흡수통일 반대’와 ‘인위적 통일 반대’를 넘어 ‘간섭 없는 따로 삶’에 대한 공개적 언명은 문재인 정부가 통일을 넘어 비핵평화=장기분단=독립공존을 준비·추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럴 때 평화는 수단인 동시에 목표다. 인류에게 최초로 인간평화·보편평화·자율평화의 평화철학을 제시한 대사상가들인 단테, 에라스무스, 알투지우스는 평화가 곧 (정치의) 수단이요 목적이라는 점을 설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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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림칼럼

평화가 보편주의라면 통일은 민족주의의 산물이다. 통일이 목표라는 점은 좌우와 남북 민족주의가 모두 같다. 그러나 평화는 통일을 위한 수단이 결코 아니다. 거꾸로 통일을 내려놓는 데서부터 참된 평화가 솟아난다. 평화가 목표다. 남한의 북진통일·국토통일·승공통일·자유민주통일을 한편으로, 북한의 공산통일·완정(完整)통일·전쟁통일·적화통일을 다른 한편으로 대결하던 둘은 통일 내용을 뒤로한 채 오직 통일언술에서만 민족통일·조국통일·평화통일 하나로 만난다. 충격적이다. 

분단 전후와 독재시대에 ‘분단은 악, 통일은 선’의 흑백논리로 접근하던 민족주의 통일담론의 선두주자들은 가장 강력한 반공·반탁·친미·승공주의자들이었다가 갑자기 돌변했다. 평화는 분별과 지혜의 결과이지 흥분과 열광의 산물이 아니다. 두 개의 조국을 갖는 하나의 민족에게, 좌우와 독재·민간 민족주의자들의 단골 구호였던 ‘조국’ ‘통일’ 담론이 가장 반통일=친(親)전쟁 언술이었다는 점은 강조할 필요도 없다(실제로 북한은 한국전쟁을 당시나 지금이나 조국통일 전쟁이라고 부른다). 전후 분할점령 국가들 중에 두 한국처럼 통일방략과 정책과 담론이 많았던 사례는, 그러면서도 아직도 적대와 전쟁위기에 놓인 나라는 하나도 없다. 통일문제에 관한 한 좌우 민족주의의 전면 실패다. 

근대 국제질서의 등장 이래 70~100년 지속된 독립국가·주권국가들은 많지 않았다.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더구나 다른 모든 나라들과 동등한 유엔 회원국이다. 즉 분단과 분단국가의 비정상성을 말하는 것은 보편적으로 전혀 옳지 않다. “일민족 일국가”가 현실이 아닌 신화였다는 점은 더 이상 보편적 문제로 제기조차 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실제조사를 통한 시대정신을 보면 통일보다는 평화가 압도적으로 높다. 북한에 대한 인식 역시 “같은 민족, 같은 국가”보다는 “같은 민족, 다른 국가”라는 인식이 몇 배 더 높다. 민족주의 및 적대와 대결(수단)만 내려놓는다면 얼마든지 독립국가·정상국가다.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평화가 유리돼선 안 되는 소이다. 남북 교류협력 노력이 현금 지구 최대의 군사적대인 북핵문제 해결과 병행하지 않는다면 한국 민족주의는 또 한번 파탄하고 말 것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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