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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 첨단 소부장 생산의 허브 국가 만들어야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4-01-26 11:08    957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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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목해야 할 세계 통상 환경 변화의 하나는 국내 생산이 해외 투자나 국제 무역보다 더 중요하다는 인식의 확산이다. 자국 기업의 해외 투자와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국내 일자리를 뺏고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효율성에 바탕을 둔 경제 이론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런데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보조금과 세금 감면 등을 통해 특정 산업을 지원하고 해외에 진출한 자국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을 유치해 국내 생산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국내 생산을 중시하는 정책의 세계적인 확산은 수출 주도로 경제성장을 이루어온 우리나라에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나아가 미국 등 선진국들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우리 경제에 불리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대규모 해외 투자로 인해 우리 수출과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세계 통상 환경 변화와 우리나라의 여건을 슬기롭게 조화시켜 나갈 수 있는 새로운 통상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내수시장이 작아 앞으로도 수출과 해외 투자를 지속해야 경제성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국가들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우리 기업을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실제 우리 기업들은 여러 건의 해외 투자를 성사시킨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새로운 통상전략의 핵심은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와 우리 수출을 연계시키는 것이다. 즉 해외로 진출한 우리 기업이 필요로 하는 첨단기술 분야의 고부가가치 소재, 부품, 장비를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수출 확대에 기여할 수 있고 동시에 우리 주요 수출 품목의 구성을 첨단기술 분야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첨단 ‘소부장’ 생산과 수출에 특화해 나아간다면 세계 유수 기업들에도 이러한 제품을 공급하는 ‘글로벌 허브국가’로 발전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우리나라가 첨단기술 분야의 연구개발(R&D)을 주도해 나가는 동시에 새로운 첨단기술을 지속해서 발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첨단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보유한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뿐 아니라 EU, 일본,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의 유수한 기업들을 국내에 유치해 R&D센터를 설립하고 우리 기업과의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 최근 세계적인 최첨단 반도체 장비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이 삼성과 합작으로 한국에 ‘차세대반도체 제조기술 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한 것은 그 좋은 예다. 이렇듯 우리나라가 앞으로 ‘미래첨단기술 R&D의 핵심 기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통상전략의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우리 중소기업의 국제적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최근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의 역할이 줄고 있어 많은 외국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 동남아시아 국가나 인도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근본적으로 이들 지역이 중국보다 훨씬 저렴한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고 기업 환경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중소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제 우리 중소기업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 진출해 생산 및 조립 기지를 구축하고 기존에 중국이 생산하던 다양한 상품들을 제조해 세계 시장으로 수출해야 한다. 우리는 과거 공산품 생산과 수출을 통해 기적 같은 경제성장을 이룬 경험을 가지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도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를 확대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통상전략으로 세계 통상 환경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나라를 한 단계 더 성숙한 선진국으로 발전시켜야 나가야 한다. 최근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펴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유수한 외국 기업 유치, 연구개발 지원, 고급 기술 인력 양성, 중소기업의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활용, 안정적 공급망 구축 등을 위한 정책과 과감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신속하게 실행해 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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