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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각수의 한반도평화워치] 북한 인권 외면한 평화는 가짜다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0-04-29 13:16    4,488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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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은 난제이지만 평화·통일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
김정은 체제 변화시킬 시장화·정보유통 가속할 장치
한국 정부는 북핵과 북한 인권 개선을 분리해서 다뤄야
해결 여부 불투명한 비핵화 때문에 인권 소홀해선 안 돼

북한 인권은 우리의 문제

북한은 미국 프리덤하우스가 산정하는 올해 세계자유지수에서 195개국 중 190위로 최악 수준이다. 유엔이 인권 관련 행동을 채택한 횟수도 이스라엘·시리아·미얀마 다음일 정도로 악명이 높다.

심각한 인권 침해에도 국내외 대응은 약했다. 국내에서는 북한 인권이 우리 문제라는 주인의식이 부족했다. 보수·진보 대립으로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치지도 못했다. 역대 정부는 정도의 차는 있지만, 남북 관계에서 북한 반발을 의식했다. 북핵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더욱 그랬다. 북한의 철저한 무시로 인권 문제를 제기해도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인식도 작용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유럽이 북한보다 지정학적으로 중시하는 중동 인권 문제를 우선시하며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뤘다.

하지만 인권은 대북 정책의 한 축이 돼야 한다. 북한 문제 해결의 중요 과제 중 하나는 북한 주민의 인권을 보호·신장하는 일이다. 먼저 인권은 우리 헌법의 근본가치이자 보편적 권리라는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통성 경쟁이 불가피한 분단국에서 북한 인권 보호는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에도 직결된다.

북한 인권 신장은 개혁·개방 촉진

평화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 변화가 필수이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해야 한다. 이 과정의 주체인 북한 주민의 인권 신장은 권한 부여(empowerment)로 연결돼 변화의 촉매 역할을 할 것이다.

인권은 북핵 해결의 장애물이 아니다. 북한이 핵 폐기 대가로 원하는 경제 개발과 대미 관계 개선은 인권 개선이 불가결하다. 북한 경제 개발에 필요한 국제사회 지원은 인권 개선 없이는 기대할 수 없다. 미국 국내법상 제재의 틀 속에 인권이 자리 잡고 있다. 인권 유린 자체가 핵 개발 능력을 지탱하게 하고 인도적 지원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북한 인권 개선은 북핵 해결의 열쇠인 신뢰 조성에도 필요하다. 북핵 합의가 이루어진들 인권 유린을 일삼는 북한이 이를 이행할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 인권 없는 평화는 사상누각이다.

북한 인권 문제는 통일 노력과 연관된다. 통일은 선거로 완성된다. 북한 주민이 인권 의식이 없으면 기회가 와도 실현되기 어렵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은 통일 후 남북 사회 통합에도 큰 자산이 된다.

북한 인권 개선 노력이 효과가 없다는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 북한 인권 실태를 고발한 2014년 3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표 뒤 북한은 유엔의 인권 압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또 국제사회의 강한 목소리가 강제 송환된 탈북자의 처벌을 막은 경우도 있었다. 인권학자 토마스 리세와 캐슬린 시킹크가 밝혔듯 인권 탄압국이 외부 압력을 벗어나기 위해 양보 행위를 반복하는 ‘인권 규범의 내재화’가 북한에서도 가능하다.

북한 인권 개선은 대북 지원이나 경제협력이 의도한 목표를 이루는 데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다. 인권은 북한에서 부패 방지와 주민 생활 개선에 효율적 수단이다.

북한은 인권 개선 없이 정상국가가 될 수 없다. 김정은 체제를 변화시킬 동력은 시장화와 정보 유통이다. 북한 인권 개선은 이를 가속할 장치다. 한국 정부는 북핵과 인권을 분리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해결 여부가 불확실하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 북핵이나 남북 관계를 이유로 인권 문제를 소홀히 할 이유가 없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우리는 직접 당사자인 한국이 문제라는 국제사회의 인식을 불식해야 한다. 북한 인권 개선을 목표로 삼아 장기적 안목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북한 인권 문제에 있어 국군 포로, 납북자, 탈북자, 북한 주민 순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국군 포로, 납북자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 자국민 보호는 국가의 존재 이유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의 철저한 이행도 필요하다. 아직 불이행 상태인 북한인권재단 발족,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임명,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

이념·진영 넘어 인권 합의 모색해야

북한 인권을 세계적 이슈로 만들고 주요국을 연계하기 위해 호주·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이 미국·일본과 같이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동남아 국가들도 북한 인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들을 북한 인권 접촉그룹(contact group) 구성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매년 북한 인권과 관련해 유엔 총회와 인권이사회 결의를 주도하는 유럽연합(EU)이 2014년 이후 중단된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면서 인권 문제를 의제화하도록 EU와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

동시에 북한 인권 이해 당사자들을 묶을 네트워크와 함께 이들이 활동할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국제형사재판소·대인지뢰금지협약에서NGO 연합체가 크게 역량을 발휘한 사례가 있다. 세계의 북한 인권 NGO 연합체를 만들어 캠페인을 전개하는 방안도 바람직하다. 2000년 유엔인권최고위 대표실이 중국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인권 교육, 형사절차법 개혁, 교도소 여건 개선, 고문 종식 등 기술 협력을 시행했다. 북한에도 이와 유사한 방안을 추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인권은 난제이지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국내 이념과 진영을 넘어선 합의를 모색하면서 북한 인권의 보호와 증진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유엔의 북한 인권 논의 활성화해야 



북한 인권 문제는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유엔에서 다뤄졌다. 1990년대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기 수십만 명이 굶어 죽는 참사가 발생했지만, 유엔에서 직접 다루지 않았다. 비참한 북한 인권 상황이 국제사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진 계기는 유엔인권위원회가 2003년부터 매년 국가별 결의를 채택하면서다. 국가별 결의는 ‘공개 망신 주기(naming and shaming)’를 통해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비판에 초점을 둬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그러다가 2013년 유엔인권이사회가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를 설치하면서 국제사회 관심이 고조됐다.

위원회는 1년간 한국을 포함해 5개국에서 청문회를 열고 탈북자 증언을 중심으로 방대한 정보를 수집해 2014년 2월 약 400쪽에 이르는 ‘북한 인권침해 백서’라 할 만한 보고서를 냈다. 북한의 인권 침해가 조직적이고 대규모여서 ‘인도에 반한 죄’를 구성한다는 결론과 함께 이해 당사자들에게 다양하고 구체적 권고사항을 포괄적으로 제시하며 북한 인권사의 분수령을 이뤘다. 보고서는 ‘보호책임(responsibility to protect)’을 원용해 북한 최고지도부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권고했다. 이는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대응이 ‘비난’에서 ‘처벌’로 옮겨간 것이어서 북한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후 전개된 국내외 대응은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점차 힘을 잃어갔다. 유엔 안보리에서 2014년 비공식 협의(아리아 방식)에 따른 토의가 이루어졌고 이후 안보리 정식 의제로도 상정됐다. 그러나 거부권을 가진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권고의 핵심이었던 ICC 회부는 무산됐다. 북한 인권은 2017년까지 매년 안보리 의제로 상정됐지만 별 진전은 없었다. 2018년은 의제 상정에 필요한 9개 안보리 이사국 지지조차 확보하지 못했고, 2019년에는 미국이 북핵 교섭을 우선해 의제 상정 직전 입장을 바꿔 무산됐다.

유엔 총회와 인권이사회는 매년 북한 인권 결의를 채택하고 있다. 2004년부터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이 활동하고 있고, 2015년 6월 북한인권 사무소도 서울에 개설됐다. 그러나 2018년 미·북 북핵 교섭 이후 관심 밖으로 멀어져 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북한 인권 문제를 제 궤도에 올리려면 COI 보고서를 되살리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신각수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외교차관·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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