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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 임박한 4대 지정학 리스크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2-10-13 10:20    2,945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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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네 가지 중대한 지정학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첫째,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리스크다. 좁혀 말하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다. 푸틴도 자신과 러시아를 파멸시킬 수 있는 핵무기 사용을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기대와는 달리 서방을 향한 핵 위협이 먹히지 않고 에너지 위기가 유럽의 러시아 대항 의지를 꺾지 못할 때 그는 핵 사용 외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저위력 핵무기를 사용한다 해도 이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질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대(對)러 군사 작전을 펼 것이고 그 결과 전쟁이 걷잡을 수 없이 확전될 수도 있다.

둘째, 중국 주석 시진핑 리스크다. 세 번째 연임 후 그의 대만 정책은 어떻게 변할까. 개인적으로 엄청난 성취를 이루었으니 이전보다 온건한 대외정책을 펴려 할까. 아니면 중국 통일이라는 역사적 과업을 이루겠다며 홍콩처럼 대만도 장악하려 할 것인가. 그의 이념과 성격을 고려할 때 대만을 더 강하게 압박할 개연성이 크다. 대만을 지리적으로 봉쇄하거나 침공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중국인의 의식도 변했다. 2004~2010년 실행된 중국 학교의 커리큘럼 개편을 연구한 논문에 따르면, 이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자국 정부와 제도를 더욱 신뢰하게 되었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최대의 지정학 리스크로 중국의 대만 침공을 꼽고 있다. 중국 대 미·일 사이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셋째, 북한 김정은 리스크다. 북한의 7차 핵실험 자체의 여파는 앞의 두 사건이 벌어질 때보다 작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도발의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러시아와 중국의 등에 올라탈 수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가 핵을 사용하여 세계를 경악시킨 직후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면 충격파가 클 수 있다. 또 중국의 대만 공격 계획과 보조를 맞추어 한·미·일을 무력으로 겁박할 수도 있다. 이런 행동의 이면에는 러시아나 중국 편을 듦으로써 이들로부터 경제·외교·군사적 지원을 받겠다는 계산도 있을 것이다. 러시아나 중국도 북한을 이용하여 만일의 사태 때 미국 전선을 흩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북한 체제 불안정도 리스크다. 북한은 국내총생산이 1989년 대비 70% 수준이었던 1995년 긴급히 국제사회에 원조를 요청했다. 지금의 국내총생산은 2015년 대비 70~80%로 추측되지만 김정은은 여전히 자력갱생한다며 원조를 거부하고 있다. 고난의 행군기에는 대기근 때문에 식량 지원을 받아야만 했으나 지금의 경제위기는 외환보유고와 산업에 집중해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버티기 쉬울 수 있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면 북·중 무역을 재개하고, 극동 러시아뿐 아니라 러시아가 병합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근로자를 파견하여 외화를 벌려 할지 모른다. 그러나 기대대로 되지 않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북한 주민과 권력층은 경제난을 얼마나 더 견디려 할까. 김정은은 경제 실상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나.

마지막은 미국 정치 리스크다. 만약 지금 같은 지정학 위기에서 ‘미국만 괜찮으면 된다’는 사람이 대통령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아마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를 차지했을 것이고 이에 자신감을 얻어 중국은 대만에 대해 더 공격적으로 나왔을 법하다. 주한미군 철수도 거론될 수 있다. 이런 미국 대통령을 오래전엔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미국의 소득불평등도 세계 대공황이나 2차 세계대전 직전 시기와 비슷할 정도로 높아진 지금은 아니다. 가치와 시스템, 그리고 세계 최고의 교육과 연구 역량에 기반한 미국의 회복탄력성은 대단하다. 그러나 금융과 서비스업 기반인 미국경제가 반도체와 배터리라는 대량생산 제조업을 얼마나 잘 발전시킬 수 있을까. 자유와 창의를 중시하는 미국 교육제도는 반복과 집중이 필요한 숙련 인력을 과연 잘 길러낼 수 있을까. 위험할 정도로 높아진 불평등을 완화할 묘책은 무엇인가.

우리는 매우 위험한 세상을 살고 있다. 푸틴 리스크가 현실이 될 확률을 10%, 시진핑과 김정은 리스크의 발생 확률을 각각 5%로 잡으면 합계는 20%다. 즉 우리는 5분의 1 확률로 일어날 대형 재난 앞에 서 있다. 만약 미국이 내부 갈등으로 이 위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그 충격은 몇 배 증폭된다. 이 지정학적 문제는 우리 안보와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푸틴의 핵 사용은 에너지 가격과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들 테고 중국의 대만 침공은 세계 경제를 마비시킬 수 있다. 여기다 북한 문제까지 떠안고 있는 한국은 세계에서 지정학 리스크에 가장 취약한 나라다.

21세기 전반은 복합 충돌의 시대다. 패권 경쟁과 지정학, 안보와 경제, 정치와 기술이 씨줄 날줄로 얽혀 부딪히고 있다. 지금처럼 분절된 한국의 정부 조직, 분야로 칸막이 쳐진 정책 연구로는 이 위기를 헤쳐갈 수 없다. 융합 분석력을 갖춘 전문가, 종합 통찰력을 가진 정책결정자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김병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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