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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전 주러대사] 북한의 전술 핵 위협에 대한 대처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2-10-26 15:04    2,955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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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달 초에 실시한 7차례의 미사일 발사는 새로운 차원의 도발이었다. 미사일 개발 실험이 아니라, 전술 핵 부대가 실시한 핵 공격 훈련이었다. 한국 내 지휘본부, 공항이 주 타격 목표였다. 일본과 역내 미군 기지도 타격 대상이었다. 북한이 공격적인 핵 무기 사용 지침을 법제화한 후 실시한 훈련이었고 김정은이 지도했다. 북한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한국에 대한 위협수위를 대폭 높이고, 미국과 일본에 대한 타격 역량도 보여줌으로써, 유사 시 미국과 일본의 지원을 견제하려는 것이었다. 핵 위협을 통해 한·미·일을 이간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자 국내에서는 대처방안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논의가 비현실적인 대안을 맴돌고 있어서 혼란스럽다. 국론 수렴을 위하여 논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북한의 행태에 대한 대처의 큰 틀은 일차적으로는 억제력 강화이고 다음으로는 외교공간의 모색일 것이다. 이 둘은 상호 배치되므로 양자 간의 미묘한 균형에 유의해야 한다. 물론 지금은 억제력 강화가 먼저다. 이런 전제하에 우선할 일은 한국의 자체 대응 역량을 키우고 한·미 연합전력을 다져 억제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덧붙여 핵에 대한 억제를 재래식 전력으로 다 할 수는 없으므로 핵 억제력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한국의 핵 개발이 대안일 수는 없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릅써야 하는데, 한국처럼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제재를 견디기 어렵다. 제재에 맞서려면 국민적 단합이 있어야 하나, 남남갈등이 심한 상황에서 이것을 기대할 수 없다. 


다음 대안은 미국의 전술 핵 재배치인데 여기에도 제약이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반대한다. 굳이 한국에 배치하지 않아도 단시간에 투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더욱이 전술 핵을 재배치할 경우,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위배된다. 그동안은 북한의 위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를 지키면서 비핵화를 요구해 왔는데, 이 입장을 뒤집어야 한다.

정작 큰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가 전술 핵 재배치는 자신을 겨냥하는 것이라며 반발할 가능성이다. 사드 때 보다 심각한 대립이 생길 것이다. 북핵 문제에 대해 중·러의 협조를 얻기는 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 만일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전술 핵을 사용하고, 그 영향으로 미국이 전술 핵 정책을 극적으로 바꾼다면 모를까, 전술 핵 재배치는 현실적 대안이 못 된다.

다음 대안은 핵을 탑재한 미국의 전략자산을 상시 배치하는 것이다. 이 또한 미국이 반대한다. 미국은 제한된 전략자산을 필요에 따라 수시 운용한다. 한반도에 상시 배치할 경우 운용에 부담이 생긴다. 또 상시 배치를 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위협으로 간주하여 불필요한 긴장이 미·중, 미·러 간에 생긴다. 핵 개발, 전술 핵 재배치, 전략자산 상시 배치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이러므로 한·미가 논란을 벌일수록, 핵 위협으로 한·미를 이간하려는 북한의 손에 놀아나는 결과가 된다.

그러면 남는 대안은 기존의 확장억제 공약을 강화하는 것이다. 전술 핵이 어디 있던 결정권은 미국에 있으므로 유사시에 미국이 핵 우산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제공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나토 식이든, 한국형 모델이든 미국의 핵 우산이 정확히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 줄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미국과 협의할 필요가 있다. 이런 계획이 연합전력 운용에 반영되어 즉각적인 핵 우산 제공이 한·미 사이에 통용되는 믿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북한과 한국 국민에 대해 핵에 의한 억제 메시지가 분명해진다. 그래야 점증하는 핵 개발, 전술 핵 재배치 여론도 통제할 수 있다.

한편 억제력 강화와 함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외교의 공간을 모색하는 작업이다. 상충하는 주문으로 들리겠으나, 이런 일을 잘 해야 외교의 기량이 드러난다. 당장 대화를 추진하자는 뜻이 아니다. 섣부른 대화제의는 북한이 거부할 것이고, 거부를 당하면 여론만 악화되니 추진하지 않는 것이 낫다. 대신, 장래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북한에 절도 있게 대응하며, 외교가 작동할 수 있도록 주변국들과 여건을 만들어 가면서 협상의 계기를 모색하는 것이 좋다.

이런 맥락에서 억제력을 강화하면서도 남북이 상호 확증편향에 따른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더라도 중국 러시아와 과도한 대립관계에 들어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한국이 미·중 대립과 미·러 대립 구도 속에서 불가피하게 미국에 기울더라도 한국은 상대적으로 온건한 입장에 서서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 비핵 평화에 대해서는 한국과 협력할 여지를 남겨두도록 해야 한다.

요컨대 현 국면에서는 재래식 억제력을 정비하면서 확장억제를 정교하고 확실하게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대결의 악순환을 경계하고 장래의 협상에 대비하여 외교자산을 쌓아야 한다. 이 방향으로 국론을 모아야 한다. 비현실적인 대안에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아야 한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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