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 러·우 전쟁 종전 협상과 한반도의 미래 > 칼럼

본문 바로가기

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사이트 내 전체검색
HOME > 재단소식 > 칼럼

[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 러·우 전쟁 종전 협상과 한반도의 미래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5-02-26 10:47    95 views

본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 협상에 유럽 나토국과 전쟁의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빠져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광물 자원 수익을 전쟁 지원 대가로 요구했다.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러시아에 양도할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고무된 러시아는 유럽 나토군의 우크라이나 주둔도 반대한다. 우크라이나의 눈물겨운 희생을 뒤로 한 채 미국은 전쟁의 종결을 왜 이렇게 서두르는 것일까.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트럼프 대통령은 이익과 전략이란 관점에서 움직이고 있다. 경제적 이익을 중시하고 미국 중심으로 판단하는 그는 미국 세금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전쟁을 신속히 멈추는 데 성공했다며 자신의 업적을 유권자에게 과시하려 한다. 나아가 전쟁을 종결해야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전략적인 고려를 하고 있다. 전쟁 때문에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가 멀어졌으며 그 결과 중국을 압박하기 훨씬 어려워졌다고 판단하고 중·러를 분리하려 한다. 그런 분위기를 보여주는 회의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학자와 싱크탱크 수장들이 발표하는 회의였다. 한 발표자가 지금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미국이 신속히 빠져나와 중국 대응에 전력을 쏟아야 할 때라고 강조하자 다른 전문가는 그 경우 세계 질서가 흔들릴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처럼 세계 질서 유지파와 미·중 경쟁 중시파 중 트럼프는 후자에 속한다.

이런 방식의 전쟁 종결이 미국의 중국 대응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중·러의 밀착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동맹국의 대미 신뢰도가 약화할 것이라는 점에서는 마이너스다. 유럽 나토국은 전쟁이 러시아의 승리로 끝나면 푸틴의 다음 침공 대상은 자신 중 하나라고 믿는다. 중국 공략에 미국이 동참을 요구해도 유럽은 중국과의 경제 관계가 중요하다며 소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증폭되면 미국의 중국 견제에 큰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나토의 약화로 세계 질서를 떠받쳐 온 민주주의 진영이 자체 분열할 가능성마저 있다. 중국은 이 상황을 대만 통일의 호기로 이용하려 할 수 있다.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와 우방에 최선의 시나리오는 전쟁이 조기에 종결되면서도 러시아의 완승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북·러 관계가 밀착에서 분리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고,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도록 압박할 수 있다. 전쟁의 조기 종결은 추가적인 북한군 파견과 러시아의 대북 경제 지원 및 첨단 군사기술 제공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완승으로 종결된다면 문제가 남는다. 북·러를 떼어 놓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북한 근로자를 대거 고용하여 전후 재건에 동원하면 대북 제재의 효과는 사라진다. 따라서 종전 협상에서 미국은 러시아가 기존의 유엔 결의를 준수한다는 조항을 반드시 삽입해 이를 막아야 한다. 미국이 북한 문제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그리고 이런 상세한 내용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앞으로 드러날 것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 상황이 크게 영향받을 것이다.

이제 지정학이 북한 비핵화의 승부처가 됐다. 북한은 경제 제재를 지정학으로 받아쳤다. 우리는 우방국과 함께 지정학과 북한 문제를 연립방정식으로 풀어야 한다. 북한에만 집중하는 전략의 유효기간은 지났다. 세계가 불안하고 미국도 신뢰할 수 없으니 자체 핵무장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동굴 안에 갇힌 사고다. 동굴 밖에서 일어나는 지진이 동굴을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시대다. 세계 질서를 더 넓게 바라보고 우리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한반도의 발전뿐 아니라 북한 문제 해결에도 유효하다.

한국의 힘은 첨단 제조업 생산역량에 있다. 중국을 제외한다면 이 역량이 가장 강한 나라가 한국이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 질서 안정과 미국의 전략에 기여함으로써 북한 문제를 포괄적, 동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물질적 이익에 진심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첨단 제조업과 첨단 기술 분야의 한·미 협력이 얼마나 미국에 도움 되는지 설명해야 한다. 이 분야가 패권 경쟁의 핵심이지만 한국 없이 미국의 역량만으로 중국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아마 이 때문에 그의 입에서 우리를 경악시킬 문구가 아직 나오지 않았는지 모른다. 특히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중첩되는 한·일이 함께 미국과 협력한다면 북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커진다. 나아가 미·중 대립이 극심해지지 않도록 한·일이 공간을 만들면 북핵 해결에 중국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는 첨단 제조업이라는 경제적 역량으로 지정학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 여기서 경제마저 무너지면 끝이라는 절박함으로 여야가 함께 경제를 지키고 살려야 한다. 북한과 지정학, 그리고 경제의 연결 구조를 이해하는 복합적 사고로 한반도의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신글
인기글
한반도평화만들기

공익위반사항 관리감독기관     국세청   통일부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87-1, 백강빌딩 1층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

(전화) 02-3676-6001~3 (팩스) 02-742-9118

Copyright © koreapeacefound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