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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서울대 교수] 대미 투자 결정 과정에 한국이 직접 참여해야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5-11-03 17:48    12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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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선방했다. 한·미 관세 협상이 큰 고비를 넘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우리로선 아쉬움도 있지만 양국이 타협에 이른 건 환영할 만하다. 마지막까지 정부의 노력이 주효했다. 이제 합의 내용을 문서로 정리하는 일과 관련 국내법 개정이 남아 있다. 벌써 미국에서 솔솔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하루빨리 문서에 담아 확정해야 한다.

합의는 반갑지만 2000억 달러(약 285조원) 현금 투자는 큰 숙제다. 매년 200억 달러를 상한으로 나눠 낸다. 짧게 잡아도 10년에 걸친 긴 약속이다. 과연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정부에선 문제없다 하지만 2~3년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국제경제 환경에서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계획을 잘 세워 외환시장과 경제 체력에 부담이 최대한 덜 가도록 이끌어 가길 기대한다.


앞으로 현금 투자 2000억 달러를 어떻게 운용하나? 매년 보내는 우리 돈을 미국이 알아서 쓴다는 원칙엔 합의에 이른 듯하다. 문제가 있다. 자칫 우리는 돈만 내는 처지에 몰리기 쉽다. 다행히 우리 요구로 ‘상업적 합리성’에 터 잡은 결정을 한다지만 이걸론 부족하다. 투자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인데, 애매하고 추상적이다. 그래서 상업적 합리성을 두고 그간 현장에선 다툼도 적지 않았다.

결국 실제 투자 과정에 우리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참여해야 한다. 돈을 어떻게 쓸지 우리가 결정하거나 우리와 상의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아쉽지만 그 부분은 이미 물 건너간 듯 보인다. 미국이 최종 결정을 하더라도 그 과정에 우리 정부 대표가 참여하는 길은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투자 심의, 결정, 평가에 미국은 일본과 합의한 방식을 따르려는 듯하다. 7월 22일 미·일 합의는 ‘투자위원회’를 두고 미 상무장관이 위원장을 맡는다. 위원들은 미국 정부 담당자나 인사들로 구성된다. 대신 투자위원회와 별도로 ‘협의위원회’를 두는데 여기엔 미·일 양국이 지명하는 사람들이 참여한다.

만약 한·미 간에도 이 방식을 가져온다면 일본과 달리 투자위원회에 우리 정부 담당자가 참여하는 길을 꼭 찾아야 한다. 한 명이라도 좋다. 별도로 협의위원회가 있다지만 투자 진행 상황에 대한 일반적인 의견 개진과 정보 공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현금 투자에 관한 한 중요한 건 ‘협의’가 아니라 실제 투자 과정에 우리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는 일이다.

최종 결정은 미국이 내려도 그 과정에 직접 참여해 우리 의견을 개진하고 실제 돈이 어떻게 운용되는지 계속 모니터링하는 건 필요하다. 앞으로 매년 30조원에 가까운 돈을 근 10년에 걸쳐 외국에 보내는 과정이다. 국책 사업이라면 최대 규모다. 매년 정기적으로 우리 국회가 보고를 요구하지 않을까. 국민이 궁금해하지 않을까. 정부 스스로도 보낸 돈이 어떤 상황인지 확인해야 하지 않나. 이를 위해선 누군가가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정확한 상황이 전달돼야 서울에서 올바른 의사 결정이, 그리고 미국과 협의도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다. 나중에 성공한 투자, 실패한 투자에 대한 책임 소재도 가려진다.

이런 장치가 없으면 투자 결과를 미국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통보를 토대로 그 다음해 투자를 다시 이어가기는 어렵지 않을까.

어느덧 우리 기억에서 희미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다시 꺼내 볼 필요가 있다. 관세 부분은 사실상 무력화됐지만 투자 부분은 여전히 살아 있다. 한·미 FTA 투자 조항은 정부 자금 투자에도 적용된다. 차제에 2000억 달러에 대해 한·미 FTA 투자 챕터 적용을 명확히 해야 한다. 여러 보호 장치가 있다. 미국 정부가 직접 운용하는 투자니 여기에 기본적인 보호를 부여하는 것에 미국도 딴 이야기를 하긴 어려울 것이다. 미덥진 않아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양측 합의 내용을 문서로 정리하며 이러한 부분들이 적절히 반영되면 제일 좋을 것이다. 그게 힘들면 향후 투자를 구체적으로 집행하는 단계에서라도 이런 부분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대해 본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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