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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의 한반도평화워치] 좌초 위기 비핵화, 협상 살리되 비핵 평화 촉진하게 해야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0-01-02 11:05    3,524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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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현실 맞춰 군사 위기 피하고 대화 재개하되
협상은 비핵 평화 진전의 장이 될 수 있게 개선해야
3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은 철저한 사전 준비 필요
미국이 우리 입장 존중하게 한·미 공조 더 강화해야

비핵 평화 협상 결산과 새해 전망


비핵 평화 협상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 2018년 이래 추진되던 외교는 이렇게 끝나는 것일까? 정상 외교가 좌초한다면 뒤끝이 없을 리 없다. 이대로라면 새해는 긴장과 대결로 점철될 것이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부터 짚어보자. 지난 2년간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보더라도 북·미, 남북 정상회담의 추이는 초기에 상승세였다가 이윽고 하강세로 돌아섰다. 북·미 회담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동을 정점으로 이후 하강세였다. 남북 회담은 지난해 9월 평양 회동을 정점으로 이후 하강세였다. 북·미 쪽의 하강 국면이 남북보다 먼저 왔으므로, 한때 남북 협상이 북·미 협상을 부양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 남북 관계는 완전히 단절됐다. 단절은 북·미보다 남북 쪽에 먼저 왔다. 이제 북한의 대남 비난은 극심하고 한국의 역할 공간은 대폭 축소되었다.

내용 면에서 그간의 협상을 추적해보면, 일이 이렇게 된 경위를 더 잘 알 수 있다. 애당초 북한은 2018년 이래 정상 외교를 자신이 주도했다고 생각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한 후 이를 기반으로 정상 외교를 제안하여 초유의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고 본다. 또 북한은 싱가포르에서 최선의 합의를 얻어냈다고 자평한다. 합의대로 이행하면 북한식 한반도 비핵화가 된다고 생각한다. 북한으로선 ‘최고 존엄’이 쟁취한 승리에 도취하지 않을 리 없다. 당연히 싱가포르 이래 북한은 승리주의 사고로 협상에 임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화염과 분노’ 정책을 못 이겨 협상에 나왔다고 생각했다. 트럼프는 싱가포르에서 합의문보다 김정은과의 사적인 관계를 중시했다. 그래서 ‘선 신뢰 구축과 단계적 해법’이라는 북한의 요구가 담긴 문서에 선선히 동의해주었다. 싱가포르 이후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요구는 강도적이라며 실무협상을 거부하자, 미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미국은 하노이에서 ‘비핵화 위주의 포괄적 해법’이라는 강수를 시도하였으나, 승리주의로 무장한 북한이 용인할 리 없었다.

싱가포르 회담이 북한의 승리주의 부추겨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대화를 거부했다. 북한은 한국에 대해서도 합의 불이행을 들어 시비를 걸다가 하노이 이후 아예 관계를 끊었다. 북한의 태도가 급속히 경색되자 미국은 협상을 살리기 위해 하노이 제안에 유연성을 가미했다. ‘단계’ 개념을 수용하고 군사 훈련에서도 타협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북한은 이마저 약한 모습으로 해석하여 더욱 승리주의를 강화했다.

2019년 들어 북한은 미국에 새로운 입장을 요구하고 연말로 시한을 정했다. 곡절 끝에 성사된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북한은 미국 입장이 새롭지 않다며 걸어 나가버렸다. 시한이 다가오고 북한이 군사 훈련을 문제 삼자, 미국은 협상 재개를 위해 공군 훈련을 연기했으나 북한은 완전 중단을 요구했다. 이후 북한은 적대시 정책 철폐가 먼저이며 핵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고,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내비쳤다.

이런 상황에서 방한한 비건 대표는 북측에 즉석 만남을 제안했다. 물론 북한은 응하지 않았다. 내심 북한은 미국이 쩔쩔매고 있다고 여겼을 것이다. 이처럼 결과만 놓고 보면 미국이 북한의 승리주의를 부추긴 점이 없지 않다. 한국은 북·미 협상 자체를 촉진하는 데 주력하느라, 협상의 내용과 방향은 제어하지 않았다.

그러면 앞일은 어떻게 되겠는가? 향후 북한의 행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 실험 유예 약속을 번복하고 본격적인 도발로 가는 수순일 것이다. 북한은 대남 행동도 잊지 않을 것이다. 그중에는 금강산 관광 시설 파괴도 들어 있을 것이다. 대미 협상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북한 행보의 궁극적인 겨냥 점은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통한 최후 담판일 터다. 그러니 협상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되면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는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간 과시해온 업적이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4월 총선을 앞둔 한국 정부도 곤혹스러울 것이다.

단기적으로 이 흐름을 반전시킬 방안은 없다. 북한은 도발을 작정한 것으로 보이고,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정책 전환을 할 태세가 안 되어 있다. 한국이 역할을 여지도 적다.



비핵화 협상 살리는 게 한국의 국익 


이런 환경에서 트럼프가 결국 어떻게 대응할지는 미지수다. 탄핵 국면에서 재선을 추구하는 예측 불가 트럼프로서는 협상도 강경 대응도 모두 가능하다. 강경 대응을 하면 비핵 평화 협상은 좌초한다. 후폭풍이 예상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각에서 군사적 충돌 위기도 불사하고 이참에 판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현 정부가 그 길을 택할 리 없다. 사실 과거 어느 정부도 그 길은 피하려 했다. 이것이 우리의 지정학적 현실이다. 그러니 협상은 살려야 한다. 동시에 협상이 비핵 평화를 진전시키는 진정한 장이 되도록 개선해야 한다. 둘 다를 해야 한다. 아니면 협상이 재개되어도 지난 2년의 재판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북한의 승리주의를 억제해야 한다. 승리주의는 협상의 독이기 때문이다. 이제 모두가 기존의 접근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비핵 평화 협상에 관한 확실한 구상을 갖고 일관된 대응을 해야 한다. 종래 미국의 대응은 일관되지 않았다.

한국은 대북, 대미 협상 입지를 재구축해야 한다. 협상을 촉진하면서도 협상이 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체크를 해야 한다. 한국의 사활이 걸린 협상을 미국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대미 대결 심리와 지정학 때문에 북한 편을 들다가 북한의 승리주의를 부추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선거를 앞둔 트럼프가 초강경 대응을 할 가능성에 대처해야 한다. 그러면 군사적 위기가 온다. 미국 내에서 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하였다. 우리로서도 이런 상황은 막아야 한다.

급선무는 한·미 공조의 획기적 강화

셋째, 앞의 두 주문을 전제로 3차 북·미 정상회담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달리 협상을 살릴 처방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수준의 한·미 공조와 트럼프의 불가측성, 북한의 대남 태도를 상기하면, 우리 운명을 북·미 정상의 담판에 맡기기가 주저된다. 그러므로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

급선무는 한·미 공조를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미국이 우리의 입장을 존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3차 정상회담이 열리면 김정은은 선 적대시 정책 철폐에 기초한 이행 방안을 관철하려고 전력투구할 것이다. 트럼프가 호응하면 낭패가 될 수 있다. 잘 대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것은 과거와 달리 이제 안보 현안이 협상의 소재가 됐다는 점이다. 주한미군, 군사 훈련, 전략자산, 확장 억지, 평화협정이 모두 거래 항목이다. 이 협상을 트럼프가 한다. 만일 트럼프가 미진한 비핵화에 동조하면 북핵이 기정사실화될 수 있다. 안보 현안에서 양보하면 한반도의 안보 구도가 불리하게 바뀐다.

다른 한편, 3차 정상회담의 결렬도 경계해야 한다. 준비 없이 만난 과거 북·미 정상회담이 반면교사다. 북·미가 사전 준비를 충실히 하도록 하고, 한국은 여기에 깊이 간여해야 한다.

요컨대 지금 상황은 위기로 가고 있고 대안은 많지 않다. 북·미 정상회담을 잘 준비하여 협상을 바른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그나마 출로다. 고육지책이고 위험도와 난이도가 높은 길이다. 이것이 격랑 속에 있는 한국 외교의 전망이다. 새해는 한국 외교의 냉엄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키워드
북한 적대시 정책
북한은 미국이 북한을 적으로 보고 한·미 연합훈련으로 북한을 무력으로 위협하고,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로 북한 정권을 흔들려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최근 미국이 이런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폐기하지 않으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나설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확장 억지(extended deterrence)
확장 억제, 핵우산이라고도 한다. 미국이 동맹국이나 우방국에 대해 제3국이 핵 공격을 위협하거나 핵 능력을 과시하려 들 때 미국의 억제력을 이들 국가에 확장하여 제공하는 걸 말한다. 미국은 1978년 제11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이후 매년 공동성명에서 핵우산 제공(provision of a nuclear umbrella)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왔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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