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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 하토야마 일본 전 총리 특별대담]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19-06-18 09:36    2,814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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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재단 이사장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전 총리가 90분 동안 지혜를 모았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둘러싸고 전례 없이 냉각된 한·일 관계의 탈출구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대담은 최근 『탈대일본주의』(脫大日本主義) 한국어판 출간을 계기로 방한한 하토야마 전 총리가 지난 13일 홍 이사장의 집무실을 방문하면서 이뤄졌다.  


▶홍 이사장=한·일 관계가 매우 경색돼 있다. 오는 28~29일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코앞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문재인 대통령이 귀한 시간을 내 일본에 오는 만큼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와 회담이 성사된다면 좋겠다. 

▶홍 이사장=마침 일본은 레이와(令和) 시대가 열렸다. 일본이 가장 가까운 나라 한국과의 우호적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하토야마 전 총리=말씀하신 대로 레이와 시대가 열리면서 일본에선 새 마음으로 새 시대를 맞고 있다. 냉각된 한·일 관계도 지도자들이 빈번히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홍 이사장=현안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라고 본다. 한국에선 대법원의 배상 판결이 나왔고 삼권분립이 있어 대통령도 이를 부정하기 어렵다. 사실 강제징용에 대해서는 1965년 한·일협정 이후 한국 정부에서 약간의 보상이 있었으나 충분하지는 않았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우리 정부 차원에서 배상 조치가 있었다. 지금 결과를 놓고 보면 과거 행정부의 조처와 지금의 사법부 판정이 상치되는 점이 있다. 어떻게든 해법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G20에서 어떻게든 한 걸음 앞으로 나가는 모습이 양국 우호를 증진하는 길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과거의 경위부터 잘 기억할 필요가 있다. 1991년 야나이 슌지(柳井俊二) 당시 외무성 조약국장이 한·일 청구권협정을 통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특히 개인 차원의 청구권은 남아 있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측이 끝난 일을 다시 꺼낸 것을 일본 측이 괘씸하다고 하는 것은 야나이 국장의 발언과 상반된다. 그렇다면 냉철하게 타협점을 절충해야 한다. 한국 국회의원 중에는 대법원의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일부 배상하되 (한·일협정의 수혜를 입은) 한국 기업이 배상에 참여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하나의 현실적 방안이다. 

▶홍 이사장=양국 정부가 해결할 의지만 갖는다면 전문가들이 여러 복안을 내놓을 수 있다. 다만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갈 수 없기 때문에 서로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한국 측에서는 일본 정부에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나가겠다는 의사를 보여주고 거기에 화답해 일본 정부도 G20 회담을 모양 좋게 잘 만들어준다면 이 문제를 현명하게 풀어갈 수 있다고 본다. 일본에선 많이 격앙돼 있다고 들었다.  


▶하토야마 전 총리=그건 정부 차원의 문제인데, 일본인이 여전히 동경하는 한류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자. 민간 차원의 호감도가 높아지면 정치적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 

▶홍 이사장=동북아 전력망 구축도 좋고, 문화를 통한 교류 확대도 필요하다. 한·중·일 대학 캠퍼스를 공동 구축해 독일·프랑스처럼 젊은이들의 교류를 넓혀가는 것도 중요하다. 

▶하토야마 전 총리=지당한 말씀이다. 젊은이들에게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학습하는 환경을 제공하면 미래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전력망엔 몽골·러시아까지 참여하면 동북아 평화 구축에도 도움이 된다. 

▶홍 이사장=하토야마 전 총리님은 그런 구상을 ‘동아시아 부전(不戰)공동체’에 담아 왔다. 장기적으로 북한을 참여시켜야 하지 않겠나. 

▶하토야마 전 총리=처음엔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남북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북한이 이제 한반도 비핵화에 전향적 행보를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문재인·트럼프 대통령 덕분이다. 평창에 이어 내년 도쿄올림픽 같은 스포츠 제전을 통해 북한과 신뢰관계를 강화해나가는 과정을 거쳐 북한을 점차 부전공동체 안에 넣는 노력이 필요하다. 

▶홍 이사장=부전공동체 첫걸음은 경제공동체로 출발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하토야마 전 총리의 12일) 연세대 강연에서도 소개된 것처럼 중국도 동아시아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창설했을 때 미국에서도 이 기구에 참여해 지배구조를 서구 체제에 맞추는 게 유리하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동아시아경제공동체 구상이 어두워졌다.

▶하토야마 전 총리=내가 AIIB 고문이라서 진리췬(金立群) AIIB 총재로부터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AIIB에 들어가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중국 주도 국제기구에 대한 출자가 미 의회를 통과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들었다. 회원국이 97개국에 달하는데 일본은 늘 미국에 의존하고 있어 한국과 달리 AIIB에 불참하고 있다. 

▶홍 이사장=일본은 화웨이(華爲) 문제에 대해 미국과 입장을 확실히 같이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한·미 동맹과 안보 차원에서 입장을 같이해야 한다고 나오고 있다. 경제만이 아니라 정치·군사 논리가 뒤에 깔렸다고 본다. 일시적이라고 믿고 싶지만, 세계가 다자주의의 흐름에서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 총리 재임 시절부터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에 관심을 보였는데 다시 불씨를 살릴 방법이 있을까. 

▶하토야마 전 총리=한·일은 물론이고 아예 한·중·일 FTA가 필요하다. 일본은 로봇 같은 자본재, 중국은 소비재에 강점이 있다. 한국은 그 사이 중간재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이런 분업체제가 3국 사이에서 가능하다.  


▶홍 이사장=아베 총리는 조건 없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일차적 북한의 반응은 상당히 거친 표현으로 나왔지만, 북·미 3차 회담 가능성과 연계돼 언젠가는 아베 총리와 김 위원장의 만남이 예상된다. 결국 아베 총리의 1차 관심은 납치 문제라고 보고, 종국에는 북핵 문제와 연계돼 북·일 수교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하토야마 전 총리=납치 문제는 새로운 전환점이 나오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돕는 형태로 북·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주면 좋다. 납치문제를 가장 중시하는 아베 총리 입장에서도 감사한 일이 된다. 납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북·일 국교정상화가 선행돼야 한다. 납치 문제는 그 후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돌파구를 열면 된다. 

▶홍 이사장=오사카 회담 성공을 위해 아베 총리에게 어떤 조언이 가능할까. 

▶하토야마 전 총리=G20을 주최자 입장에선 역시 정상회의를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서 한·일 정상회담조차 열리지 않았다면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무조건, 조건 없이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해 문 대통령과의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이사장=아베 총리가 조언을 잘 들어줬으면 좋겠다. 

▶하토야마 전 총리=홍 이사장님은 평화 오디세이를 주도했고, 한반도 평화 만들기 프로젝트에 적극적이다. 나도 평화를 위해 동아시아공동체를 주장하고 있는데 실천에 옮기는 것이 어렵다. 많은 조언을 부탁드린다. 

▶홍 이사장=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남북 긴장 완화가 우선돼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준비가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사회 각계각층 지도자들이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두 차례에 걸쳐 평화 오디세이에 참여해 동북 3성과 극동러시아를 둘러보면서 북한의 현실과 미래를 논의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부전공동체와도 자연히 연결될 수 있겠다. 그러려면 원만한 남북관계가 전제조건이라고 본다. 

▶하토야마 전 총리=남북이 통일되기를 크게 염원하고 있다. 식민지 시대가 있었기 때문에 남북분단 상황이 초래됐다. 그런 점에서 남북통일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일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견해를 듣고 싶다. 

▶홍 이사장=우선 비핵평화 정착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역할은 크다. 분단된 남북이 일본에 더 이로울 거라는 의구심을 한국이 갖지 않게 진정성을 갖고 교류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비핵화가 진전되면서 북·일 수교도 이뤄질 때 일본이 북한 경제발전에 할 수 있는 역할이 크다고 본다. 한·일이 협력하되 돈이나 물자뿐 아니라 과거의 개발 경험, 사람을 키우는 인재양성에서 일본의 역할이 기대된다. 

▶하토야마 전 총리=일본은 분단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만약 남북이 통일로 나가면 한국과 협력해 북한을 마땅히 지원해야 한다. 이런 방안이 북·일 국교정상화와 연결되고 추진 과정에서도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 

▶홍 이사장=일본이 평화의 메시지, 통일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끊임없이 발신해 주면 한·일 관계 개선에도 효과가 크다. 

정리=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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