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배 서울대 교수] ‘디지털 핵무기’ 손에 쥔 미·중 AI 전면전 > 칼럼

본문 바로가기

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사이트 내 전체검색
HOME > 재단소식 > 칼럼

[김상배 서울대 교수] ‘디지털 핵무기’ 손에 쥔 미·중 AI 전면전

By 한반도평화만들기    - 26-08-11 14:57    7 views

본문

지난 수개월 동안 인공지능(AI)을 놓고 벌이는 미·중 두 강대국의 지정학적 경쟁이 매우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미 AI는 반도체와 같은 수준의 국가전략자산으로 취급받는다. 요즘 뜨거운 감자는 스스로 계획하고 도구를 사용해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 AI다.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안보·국방, 통상·산업, 표준·생태계까지 아우르는 다층적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관통하는 대립 구도가 기술우위를 지키려는 미국의 폐쇄형 전략과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의 개방형 공세 사이에 형성된다. AI 모델의 성능을 높이는 ‘자원 권력 게임’에 자국 AI 모델에의 접근성을 통제하는 ‘네트워크 권력 게임’이 중첩되는 양상이다. 이렇듯 복합적인 권력 게임의 모습을 드러낸 AI 지정학 경쟁에서 특히 주목할 다섯 가지를 짚어보자. 


‘미토스’가 촉발한 사이버 안보전
첫째, 최근 AI 지정학의 급박한 전개는 ‘미토스 쇼크’가 촉발했다. 미토스는 지난 4월 앤트로픽이 발표한 최첨단 에이전트 AI 모델이다. 소프트웨어의 보안 취약점을 스스로 탐지하는 뛰어난 능력이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보안용으로 쓰일 수도 있지만, 적성국이나 범죄조직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었다. 중국도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 미국 못지않은 에이전트 AI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인 지푸와 360시큐리티도 미토스 못지않은 고성능의 사이버 AI를 발표했다. AI의 전략적 중요성이 급부각되면서 미 CIA 국장이 첨단 AI 기술을 ‘디지털 핵무기’로 비유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중국 측에서도 ‘AI 시대의 사이버 핵무기’라는 표현이 흘러나오면서 사이버 AI 무기 경쟁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억측도 나왔다.

인위적 국경선 치는 미국의 모델 통제
둘째, 이후 이어진 미국의 AI 모델에 대한 수출 통제가 AI 지정학의 새 국면을 펼쳤다. 기업 전용 미토스-5와 일반 사용자용 페이블-5에 대해 ‘외국인’의 접근을 전면 차단했다. 페이블-5의 안전장치를 뚫는 ‘탈옥’ 기법을 통해서 악의적 사이버 공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 조치는 곧 해제되었지만, 그간 미국이 중국에 대해서 부과해 온 수출 통제의 성격을 바꾼 조치로 해석됐다. 기존의 수출 통제가 주로 반도체와 같은 물질적 재화의 국가 간 이동을 겨냥했다면, 이번 조치는 초국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AI 모델의 접속을 제한했다는 점이 달랐다. 게다가 접근 차단 대상에 동맹국도 포함되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초국적으로 작동하는 디지털 공간에 인위적으로 국경선을 획정하는 무리수라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문 걸어잠그는 중국, 풀스택 경쟁
셋째, AI 지정학의 전개라는 점에서 중국의 최근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여태까지 중국은 성능은 부족하더라도 가성비와 개방성을 내세워 자국 AI 모델을 확산하는 전략으로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중국도 최첨단 AI 기술 보호를 위해 수출을 통제하는 대응 조치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 4월 중국계 AI 스타트업 마누스의 매각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있었다. 아울러 중국의 자금·인력 유출을 제한하는 각종 방안이 동원되고 있다. 미국 AI 기업의 코딩 도구에서도 보안 취약점이 발견됐다며 맞불 경고도 날렸다. 딥시크·문샷 등의 오픈웨이트 AI 모델에 대한 외국 기업의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중국마저 태도를 바꾸면서 미·중 양국이 모두 밖으로 나가는 문을 걸어 잠그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넷째, 중국의 고성능 AI 모델에 대한 수입 제재론도 고개를 들었다. 지난달 중국 문샷AI가 공개한 초거대 AI 모델 키미 K3는 ‘제2의 딥시크 쇼크’라 불릴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 키미 K3가 프론티어급 고성능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에 미국은 중국 AI 모델에 대한 전반적 수입 제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미국 AI 모델에서 데이터를 추출하는 ‘증류’ 기법이 문제시됐다. 중국의 오픈웨이트 AI 모델에 대한 수입 제재는 미국 내에서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미국 정부의 중국 AI 모델 차단은 오히려 미국의 경쟁력을 약화한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논란은 에이전트 AI의 다음 전장으로 거론되는 피지컬 AI 분야로도 번질 것으로 전망된다.

끝으로, AI 모델에서 불붙은 AI 지정학 경쟁이 여러 층위를 아우르는 AI 풀스택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작년에 AI 풀스택 전략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의 기술패권에 이어 AI 시대에 엔비디아가 벌이는 ‘GPU 패권’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중국도 오래전부터 독자적 풀스택 발상을 숨기지 않았다. 미국의 수출입 제재를 버텨낸 화웨이는 자사 제품의 ‘에이전트 생태계(Agentverse)’를 바탕으로 한 ‘5G/6G 인프라 천하’를 꿈꾼다.

이밖에 알리바바, 센스타임, 지푸 등은 엔비디아의 반도체나 쿠다(CUDA) 소프트웨어에 의존하지 않는, 중국의 독자적 데이터센터 건설과 AI 생태계 구축을 지향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전이 아니라 생태계 도전, 더 나아가 미래 디지털 국제질서를 주도하려는 도전으로 해석된다.

강대국 패권 틈바구니, 독자 생존의 길
최근 AI 지정학의 급박한 전개는 그간 ‘소버린 AI’의 기치 아래 추진해 온 AI 국가전략의 기조를 되돌아보게 한다. 여태까지의 소버린 AI 전략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할 기술 역량을 갖추자는 담론에 기반을 두었다. 그런데 최근 미토스 사태는 소버린 AI의 과제를 안보·국방의 시각으로 보게 만들었다. 사이버 안보를 빌미로 동맹국 접근도 차단하는 현실에서 미국의 고성능 AI 모델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 가성비 좋다고 중국의 오픈웨이트 AI 모델을 덥석 받기도 조심스럽다. 강대국 패권경쟁의 와중에 지정학적 이유로 AI 시스템이 ‘셧다운’ 되더라도 버텨낼 수 있는 소버린 AI의 역량을 길러야 한다. 미·중 AI 지정학의 급박한 전개 양상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는 ‘소버린 AI 2.0’ 전략이 시급하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한반도평화만들기

공익위반사항 관리감독기관     국세청   통일부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3길 12 신문로빌딩 408호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

(전화) 02-3676-6001~3 (팩스) 02-742-9118

Copyright © koreapeacefoundation. All Rights Reserved.